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지시간으로 11~12일 대형 지방은행 중 하나인 US뱅코프(U.S.Bancorp) 주식 49만 7,786주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로는 1,630만 달러(약 200억원) 정도이다. 공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US뱅코프의 주식 수는 1억 5,100만주이기 때문에 매각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버핏이 선호하던 전통적인 은행주이기에 이번 지분 매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일 버핏은 미국 4대 항공주인 델타 항공, 아메리칸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을 전량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그 의미에 대한 의견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지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버핏이 현재의 상황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면 그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4대 항공주 투자를 마무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항공업 자체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4년 후에도 사람들이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 라며 자신의 의견이 틀리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얽혀있다. 먼저 우리나라 상황이 좋아진다고 한들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상황을 보면 의료 시스템도, 질병에 대한 국민들의 대응도 우리와 너무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항공업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 가장 타격을 받는 산업에 속해있다. 대한항공도 1조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하였지만 이는 아주 약간의 시간만 벌 수 있을 뿐, 절대 스스로 장기간 버틸 수 없으며 상황 호전으로 운행한다고 한들 '기내 속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 도움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경영권 개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항공업에 대한 미래가치를 다르게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인식 변화이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불안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해외여행 횟수를 줄이거나 장기간 아예 해외여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의견이 많다. 따라서 버핏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저 한 마디에 굉장히 많은 의미가 내포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산업은 항공과 여행일 것이다. 그리고 장기화 시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이 큰 또 다른 산업은 은행일 것이다. 문제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 항공주와 은행주가 많다는 것이다. 버크셔는 US뱅코프뿐 아니라 4대 은행으로 불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 파고(Wells Fargo)의 최대주주이다. 미국 은행들은 충당금 적립으로 1분기 어닝 쇼크의 실적 발표를 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충당금 규모를 더욱 늘려야할 수도 있다. 반면 국내 은행주들의 1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괜찮게 발표하였는데, 지난 '은행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차이' 포스팅에서도 작성했듯 원리금 상환 유예를 통해 위험을 뒤로 미룬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큰 부작용을 낼 수 있고, 따라서 아무리 배당수익률이 높아도 선뜻 관심이 가질 않는다. 빠르게 충당금을 쌓은 미국 은행들의 대처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주가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버핏이 미국의 4대 항공주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을 보면 그의 투자 스타일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항공주를 일부 매각했다고 발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량 매각했다. 은행주는 항공주와 조금 다르게 볼 여지도 있고, 이번 US뱅코프 지분 매각량은 보유량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버핏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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