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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야기

'매도 의견' 리포트가 나오기 힘든 이유

투자분석가인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 분석, 예측하여 소속 금융사 또는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더 쉽게 말하면 산업이나 기업의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리포트들은 모두 각 분야별 애널리스트에 의해 작성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보통 리포트를 볼 때 과정보다는 결과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데이터 및 논리를 보지 않고 '최종 제시한 목표가'만 보는데,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0만원인 종목의 목표가를 13만원으로 제시할 시 '현재가로 매수하면 주당 3만원을 벌 수 있네?' 혹은 '수익률을 30%정도 기대할 수 있네?' 와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널리스트 역시 자신의 리포트를 참고하는 시장 참여자들을 무시할 수 없고 동료 애널리스트들의 의견 또한 무시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매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리포트는 괜찮다. 만약 '매도 의견'의 리포트를 낸다면 어떨까? 여러분들이 주기적으로 혹은 가끔씩이라도 증권사 리포트를 보는 입장이라면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를 본 기억이 있는지 묻고 싶다. 2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업과의 관계

애널리스트가 한 기업의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작성하고자 하는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이다. 기업에 대한 매수, 매도 의견 혹은 목표주가 산정은 애널리스트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위한 과정에서의 데이터는 본인이 가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 원자재 가격 등은 애널리스트가 직접 찾아볼 수 있지만 회사만이 알 수 있는 자료들은 제공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애널리스트가 회사의 자료를 받고 '매도 리포트'를 작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회사는 더 이상 특정 애널리스트에게 자료를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회사와 관계가 틀어지면 자료 제공은 물론 기업 탐방 등 여러 가지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실제 과거 사례 중, 특정 애널리스트가 한 회사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작성한 후 회사 측에서 더 이상 그 애널리스트에게 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2. 직업 환경

우리나라와 해외의 직업 환경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이 왜 매도 리포트를 거의 작성하지 않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해외의 경우 리포트를 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목표주가는 물론이고 매수, 매도 의견까지 특정 애널리스트의 실력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리포트 값은 곧 자신의 몸값이 되기 때문에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이 되어야 한다. 모순이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주관적'인 시황 판단, 목표주가 선정, 매수 및 매도 의견을 거쳐, '객관적'으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관적인 판단 후 현 주가 수준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면 객관적으로 최종 의견을 내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인센티브가 없이 단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다. 물론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면 몸값이 더 올라가긴 하지만 해외와 비교하여 간단히 이분법적으로 판단해보자. 국내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공무원에 가깝고, 특히 리포트가 무료로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지극히 해외 애널리스트들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은 맞지만, 최종 의견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낸다. 무조건 이들을 비난할 수 없는데,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이 혼자 목표주가를 크게 낮춘다든지, 매도 의견을 낸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위 사진은 어제 나온 리포트의 일부분이다. 나 역시도 보유했었고 최근 매도한 '다나와'라는 종목이다. 실적은 예상대로 사상 최대치로 발표했고, 그 후 몇 증권사에서 신규 리포트를 냈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목표주가가 비슷하게 올라갔는데, 한 증권사에서 위와 같은 의견을 냈다. 실적 대비 12MF PER을 19.4배로 계산한 목표주가 40,000원을 제시하면서도 '다소 부담'이 있다고 하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목표주가는 상승하는 주가 및 다른 증권사들과 함께 상향하였지만 신규 진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기존 보유자들은 물량 축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 아닐까? 마침 최근 최대주주 역시 아주 적은 비율이지만 지분을 정리했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최대주주가 물량을 줄이거나 애널리스트가 '다소 부담'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까? 왜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작성하지 못하는지,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이를 표현하는지 알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 각자의 계산법이 다를테니 애널리스트 의견과는 별개로 다나와의 주가 방향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