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

4가지 방법으로 채권시장을 방어하는 미국

재정정책을 위해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금을 더 걷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통화정책은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사회활동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실물 경기에 타격이 있으므로 금리를 인하해봐야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여러 조치들이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채권시장에 미칠 혼란을 잠재우는 4가지 방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려고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국은 경제 위기로 인해 오히려 감세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트럼프 급여세 양도소득세 삭감' 검색)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에 공급이 많아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역관계) 여기서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달러 부족'이다. 현재는 가라앉았지만 3월 중순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금 가격까지 하락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든 자산을 다 팔고 달러를 보유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시장에 있는 달러를 흡수하면 잠잠해졌던 달러 부족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금리 인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가 상승한다. 이 경우 경기를 부양하려고 국채를 발행했는데 금리가 상승해서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도 채권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1. 연준에서 국채를 직접 매입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한 내용일 것이다. 발행된 국채가 시장에 풀려서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크게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연준에서 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무제한 양적완화(unlimited quantitative easing)'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국채를 무제한으로 직접 사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채의 공급을 조절하면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행위이다.

 

2. 무제한 RP대출

Repo금리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Repo는 환매 조건부채권 매매를 뜻하고 그 금리가 Repo금리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은행이 채권을 맡기고 급전을 빌릴 때 사용하는 금리가 Repo금리이다. 예를 들어, 10년물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3월 중순 때처럼 경제 위기가 올 것 같아서 달러가 필요할 경우 당장 현금을 마련하려면 이 국채를 매도해야한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경우 달러 확보를 위해 국채의 대량 매도가 나올 수 있고 그렇다면 금리가 치솟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에 필요한 현금을 무제한으로 대출해준다고 선언한 것이고 이 역시 채권시장의 금리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3. FIMA Repo 기구 설립

용어만 낯설 뿐 내용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연준은 3월 31일 긴급성명을 통해 "미 국채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돕기 위해 외국 및 국제 통화당국을 위한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을 설립한다."고 하였다. FIMA 레포기구는 연준 산하의 뉴욕연방은행에 계좌(FIMA 계좌)를 가진 해외 중앙은행, 국제통화기구를 대상으로 Repo 계약을 통해 달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즉, 2번의 해외버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외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에 대해서도 긴급 시 매도하지말고 단기 자금이 필요하면 달러를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채권시장 안정 목적이다. 

 

4. Yield Cap(금리 상한선)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썼던 정책이다. 쉽게 말해서 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금리가 이 위로 올라갈 경우 그 상한선 아래로 갈 때까지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채권 공급 감소→채권 가격 상승→채권 금리 하락) 채권 시장에 금리가 급등할 수 없다는 신호를 주면 채권 가격 역시 급락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을 매도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채권 금리의 상승을 막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채권 매도를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도 그에 따른 대표적 부작용인 국채의 금리 급등을 여러 방법을 통해 차단시켰다. 이는 기축통화국이기에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기축통화국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미국이어서 가능한 조치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