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중순 원-달러 환율은 단기간에 약 1,300원 근처까지 치솟았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달러 수요가 급증해 달러 강세가 된 것인데 이 경우 원화는 약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뜻한다. 한 나라의 화폐와 외국 화폐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환율은 각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데, 그 속도와 폭이 굉장히 빠르다. 하지만 환율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3월처럼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경우 미소를 짓는 사람과 절망을 하는 사람을 예시로 알아보자.
먼저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우리나라 무역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가 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수입을 하는 나라 입장에서 원화 약세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더 싸지기 때문이다. 또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관광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1달러=1,000원이었던 환율이 1달러=2,000원이 된다면, 달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1달러 환전 시 1,000원에서 2,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금액으로 소비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실제 자국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하락한 나라로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것이 바로 이 이유이다.
반면 울상을 짓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대표적으로 기러기 아빠가 있다. 교육을 이유로 아내와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고 본인만 한국에 남아서 일하는 사람을 '기러기 아빠'라고 부른다. 미국에서의 생활비와 교육비 등으로 100달러가 든다고 가정해보자. 1달러가 1,000원이었을 때는 100,000원을 송금하면 되지만 환율이 상승해서 1달러가 2,000원이 된 경우는 200,000원을 송금해야 한다. 따라서 본인이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다른 경우는 무엇이 있을까? 환율 상승으로 수출에서의 이득이 있다면 반대로 수입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전 국민이 울상을 짓게 된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신흥국처럼 달러 빚을 많이 진 경우 역시 울상을 짓게 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러기 아빠처럼 기존과 같은 금액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국 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한 경우는 위 예시들에서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율이 하락하는 것을 더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기업들의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이 상승해서 수입품 혹은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하면 대부분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반론 역시 있다. 이것이 '민생 환율'과 '기업 환율'의 관점이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환율 뿐 아니라 모든 현상이 그렇듯, 항상 양면이 있기 때문에 미소를 짓는 사람과 울상을 짓는 사람 모두가 생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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