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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경제위기 시 신흥국이 힘들어지는 이유

지난 포스팅에서는 미국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고, 이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의 부작용을 막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아르헨티나는 9번째 디폴트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터키, 브라질 등의 신흥국 역시 힘들다고 한다. ('코로나 경제충격 신흥국 통화가치' 검색) 최소한 미국은 어떻게든 극복해나가고 있는 듯 한데 왜 다른 나라들, 특히 신흥국들은 반대로 더 힘들어지고 있을까? 일반론적인 해석과 함께 현재 일본이 간접적으로 미국의 채권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주고 있고, 이 일본으로 인해 신흥국들이 더 힘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자.

 

보통의 신흥국은 돈이 없다. 따라서 신흥국들이 발전하는 일반적인 모델은 차관을 통한 투자 후 수출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다. 대외 수요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빌려오는 돈이 미국의 달러라는 점이다. 3월 중순처럼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 시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보수적으로 바뀌어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원-달러 환율도 단기에 1,300원 근처까지 치솟을 정도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는데, 이렇게 경제 위기가 오면 신흥국들은 어떻게 될까? 신흥국들은 달러 빚이 엄청 늘어나게 된다. 

 

지난 포스팅에서 미국의 재정정책에 대해 작성했었다.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도 국채시장에서의 여러 방어막들을 설치해놨기에 별 문제가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아니지만 다른 경제 위기 시 통화정책의 경우를 봐도 제로금리를 하거나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면 되고, 이렇게 해서 달러 공급이 많아진다고 한들 수요가 더 커서 달러 가치 방어가 된다. 반면 신흥국들은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경제 위기 시 재정정책을 쓴다고 하면, 세금인상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는데 국가의 부채가 많아지니까 신용이 강등되고 이에 따라 해외자본이 빠져 나가게 된다. 통화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자국 통화를 찍어내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특히 위기 시에서는 외채(달러 빚)부담이 엄청 커진다. 

 

물론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이는 다음 포스팅에서 작성할 예정인데, 우선 달러 강세만 놓고 보면 신흥국들은 빚의 규모가 커져서 부담되지만 반대로 수출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첫 단락에서 작성했듯, 최근 일본이 간접적으로(?) 미국을 도와주고 있고, 이것이 다시 한 번 신흥국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는 작년 9월 정책을 변경하였다. 환 헷지가 되어있는(환 위험이 없는) 해외국채는 일본 국채로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GPIF는 과거 국내(일본)채권을 약 80%, 해외채권을 약 20% 비율로 보유하고 있었다. 해외채권 80% 중 '환 헷지가 되어있는' 채권은 약 8%정도, 그렇지 않은 채권은 약 12%정도였는데 정책의 변경으로 인해 8%가 국내채권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따라서 해외채권의 비중이 기존 20%에서 12%가 되었기 때문에 추가로 비중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위 그래프는 미국의 REPO 금리 추이이다. 2019년 9월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REPO금리가 급등을 했었다. 단순 추정이지만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사주기 위해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올해 초 GPIF는 해외채권 한도를 20%에서 25%로 상향을 했다. 미국 국채를 더 사겠다는 의미로 봐도 되지 않을까?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미국이 국채 시장을 방어하는 4가지 방법에 GPIF의 정책 변경까지 사실상 방어막은 5가지로 봐야할 것이다. 최우방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미국이 일본과 얼마나 가깝게 정책 공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GPIF는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해서 미 국채를 사기 때문에 엔화의 가치가 하락을 한다.

보통 경제 위기 시 달러와 함께 강세를 보이는 엔화가 과거만큼은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추정할 수 있다. 엔화가 최근 많이 올랐다고 해도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GPIF 정책 변경이 신흥국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 미 국채를 사기 위해 엔화를 매도하여 약세가 된 것이 문제다.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로 인해 빚의 규모는 커졌지만 그나마 수출하는데 도움은 되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 역시 하락하여(크게 상승하지 못하여) 일본과도 경쟁을 해야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신흥국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