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나금융그룹에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라는 생애금융보고서를 발간했다. 서울 및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000명의 50세 이상 남녀 퇴직자들 삶을 조사한 것인데, 이들의 지출, 생활비 마련, 노후자금 관리 등과 더불어 여가생활 및 인간관계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첨부되어 있다. 이 중 노후자금과 관련된 내용들을 간단하게 확인해보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여전히 50세 전후에 직장에서 퇴직한다. 조사 대상 기준으로는 만 50~54세 38.1%, 45~49세 23.2%, 55~59세 20.4%, 40~44세 11.2%, 60세 이상 7.1%였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약 10여년 혹은 그 이상 소득이 없는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보고서에서는 이를 '소득 크레바스'라고 표현하였다. '크레바스(Crevasse)'는 '빙하가 흘러내릴 때 깨어져 생기는 틈'을 뜻하는 단어인데,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사이 소득이 없는 간극, 틈을 표현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소득 크레바스 기간에 대해 11~15년이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1년 이상도 9.3%로 나타났는데, 국민연금의 수령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어서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퇴직자의 절반이 넘는 55.1%는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37.2%는 재취업, 17.9%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얻는 평균 수입은 월 256만원이었고 세부적으로는 남성 294만원, 여성 149만원이었다. 퇴직자 개인 월평균 소득은 256만원이었지만, 가구 기준으로는 334만원이었다. 이들 중 66%는 노후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였다. 일부 혹은 많은 사람들은 300만원 이상 소득이면 퇴직한 부부에게 충분하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노동소득에서 나오는지 자본소득에서 나오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퇴직자들의 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퇴직 전에 비해 28.7%를 줄인 수치이다.
퇴직자들은 기본 생활비 월 300만원과 여가생활비를 합쳐 약 400~500만원이 있어야 괜찮은 노후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이상과 괴리가 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퇴직자들 가운데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스스로 평가한 사람들을 '금(金)퇴족'이라고 정의했는데, 그 비율은 8.2%였다. 이들은 노후걱정 없이 퇴직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연금상품인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조기 가입, 주식·펀드·파생상품의 투자상품 활용 등을 꼽았다. 금(金)퇴족 중 92.7%는 자가 주택을 보유했고, 72.0%는 투자 부동산을 운용했다.
퇴직자들의 노후자금과 관련하여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첫 번째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후 대비가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퇴직자들이 원하는 생활 수준에 맞는 노후 자금은 실제와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이 역시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금(金)퇴족'이라고 불리는 퇴직자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들은 최소한 1주택을 보유했고, 높은 비율로 부동산 임대 소득이 존재했다. 이들은 노후자금에 대해 스스로 만족한다 하였으니, 일반 퇴직자들이 원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월소득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앞으로 먼 미래에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은 '금(金)퇴족'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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