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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야기

[오리온] [삼양식품] 사상 최대 실적 속 차이점

법인 분할 이후 작년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오리온이 올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두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8.5%, 영업이익 25.5%, 당기순이익 41.8%의 급증한 실적을 발표하였는데, 삼양식품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측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이 두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의 공통점이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과정에 있어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통적으로 해외에서의 매출이 두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오리온의 경우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초코파이'가, 중국 등에서는 '오감자'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우리나라 식품 회사들이 해외에 진출 시, 그 나라의 대형 유통망을 이용한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에서의 오리온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초기화부터 '현지화 전략'을 짠 것인데, 초코파이의 유통망을 뚫기 위해 영업사원이 직접 발로 뛴 것이다. 그 이후가 더 인상적인데, 보통 초코파이의 유통망을 한 영업사원이 뚫었다면 다른 오리온 제품들 역시 그가 맡아서 유통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오리온의 '파이류' 담당 영업사원이 뚫은 유통망을 '스낵류' 담당 영업사원도 뚫게 만들었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를 식사 대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끼 식사의 역할을 하는데, 스낵은 '간식용'으로 따로 먹는다. 우리에게는 초코파이나 포카칩이나 다 간식용이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파이류'와 '스낵류'의 기능이 다름을 파악한 오리온은 같은 유통망이어도 다른 영업사원들을 보내는 전략을 사용했다. 러시아에서도 초코파이의 인기는 굉장하다. 이 역시 러시아라는 나라의 상황과 환경을 잘 이해한 결과이다. 러시아는 추운 날씨 때문에 차를 많이 마시는데 보통 다과가 곁들여진다. 길에서 파는 차의 경우 보통 다과와 함께 판매되는데 여기엔 항상 초코파이가 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유통망까지 체계적으로 현지화시킨 오리온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오리온에 '초코파이'가 있다면 삼양식품에는 '불닭볶음면'이 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약 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는데 2018년에는 3,000억 원에 육박할만큼 삼양식품의 효자 종목으로 성장하였다. 해외에서의 인기가 엄청난데, 그 나라의 상황을 파악하여 체계적으로 현지화 모델 전략을 짠 오리온과는 다르게 삼양식품은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 것 말고는 딱히 한 것이 없다.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는데, 불닭볶음면의 인기 급상승 원인은 SNS, 특히 유튜브에 있다.

 

2016년 이후 SNS에서 외국인들의 불닭볶음면 먹방이 시작되었는데, 오늘 5월 11일 기준 유튜브에 불닭볶음면을 검색하면 '불닭볶음면 먹방'이 맨위에 노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릭해보면 대부분이 한국인들인데 조회 수가 기본 수백만회다. 여기에 '외국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보면 수백만에서 심지어 천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들도 꽤 있다. 해외에서는 불닭볶음면이 '삼양라면'이라고 불릴만큼 농심의 신라면같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삼양식품이 의도를 하진 않았겠지만 불닭볶음면은 SNS에서의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매출이 급상승한 제품으로, 이는 오리온의 초코파이 판매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해외 시장을 휩쓸고 있는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전통적인 방법에 가까운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과 요즘 시대의 (의도적이지 않은)마케팅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두 기업 모두 매력적인 제품들을 생산하기에 가능한 결과이고, 이는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제품들이 세계에게 큰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