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 8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환경평가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어제 발표한 내용은 한국전력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ISD제소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 밑그림에 관한 내용이다. 핵심은 석탄발전을 크게 감축시키고 그 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것이다. 8차 계획이 에너지전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기본 틀을 세웠다면, 9차 계획 초안은 이를 발전시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전제로 친환경 발전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034년까지 62.3GW의 신재성에너지 신규 설비를 확충해, 지난해 15.8GW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올해 19.3GW로 늘리고, 2034년까지 78.1GW로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초안대로라면 15년 뒤 국내 전력 공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원은 신재생에너지로 약 40%의 비중에 이를 것이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석탄발전은 8차 계획에 반영된 10기에 더해 신규로 20기를 추가 폐지하기로 했다. 즉, 2034년까지 가동 30년이 지난 석탄발전은 모두 폐지하게 된다. 폐지되는 석탄 30기 중 24기는 LNG로 대체된다. 이 초안대로 이행될 경우 원전 설비 비중은 원전과 석탄을 합해 2020년 46.3%에서 2034년 24.8%로 축소되고, 신재생에너지는 15.1%에서 40.0%로 확대될 전망이다. 참고로 발전 설비 용량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유형별 발전소를 모두 가동하였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총 전기량을 말하는데, 총 생산될 수 있는 전기량 중 각 유형별 발전소가 생산한 양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발전 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원전이 올해 23.3%에서 2034년 19.4%로 소폭 감소한다고 발표했는데 결국 원전 설비 비중은 19.2%에서 9.9%로 대폭 감소하므로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제 환율 변화에 대한 포스팅을 하였었다. 환율이 상승해도, 하락해도 모두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탈원전과 탈석탄 역시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안정성과 친환경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이것을 공론화할 때 단점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발전소 등이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지부터 날씨 등에 따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보다 더 중요한 전기요금 문제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원전의 3배, LNG의 발전 단가는 원전의 2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추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어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한 후 기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에 검토 범위가 명시되어 있다. 거기에 전기요금 부분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분석은 별도로 수행하지 않았다." 라고 답변을 하였다. 정책을 구상하면서 그것에 들어갈 비용과 가져올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정상적인 답변일까? 한 가정이 수입과 재산 대비 예산을 꾸리는데 앞으로 국산차에서 외제차로 바꾸고, 지방에서 강남 신축으로 이사를 할 계획이라고 가정하자. 이유는 누구나 듣기 좋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아직 그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 더 중요한 사실은 한국전력은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상장기업이라는 것이다. 즉,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해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투자 지분만큼 분배 받으려고 하는데 정부가 기존의 사업 방향을 바꾸고 그 피해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하려고 하니 그것도 못하게 막고 있는 중이다.
'ISD'는 'Investor-State Dispute'의 약자이다.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 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부당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현재의 상황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ISD제소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환경으로의 정책 변화는 좋다. 그것에 맞는 돈을 지불하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못하게 막아서 적자로 손실만 누적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는 상식적으로 누구 손을 들어줄까?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소송이 걸리든 2가지 선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니 ISD제소를 당할 때까지 버틸 것 같다. 작년 소액 주주들 소송을 시작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까지 관측되었었는데, 외부 변수들로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면서 시간을 버는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복지를 수준 높게 하고 싶으면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을 말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에 따른 물가상승과 영세 자영업자들 및 비숙련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으면 전기요금 인상을 말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도대체 왜 한 면만을 이야기하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ISD제소를 당해서 패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세금이 지출되는 것이나 직접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물론 정책으로 인한 피해액을 세금으로 지출한 후 전기요금 인상의 정책 변화까지 가져올텐데 이는 전부 차기 정권이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이번 정부는 임기 때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즉, 주식회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준의 경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책 추진과 그 결과에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추진에 대한 박수는 우리가, 전기요금 관련 부담은 다음 정부가' 이렇게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정책의 방향과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은 정해졌다.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 없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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