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2일 동영상으로 진행된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Warren Buffett)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4대 주요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증시가 단기간에 폭락을 하자 지금이 기회라며 추가매수를 하더니 몇 주 뒤 손절을 하고, 또 그 후 전량 매도를 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2일 오전 버크셔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497억 4,600만 달러(약 61조)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항공주들 뿐 아니라 버크셔가 대거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금융쪽의 기업들 역시 주가가 폭락한 결과로 해석된다. 놀라운 점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던 2019년 1분기 버크셔는 216억 6,1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고, 올해 2020년 1분기에는 그 당시 순이익 크기의 2배가 넘는 497억 4,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보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7% 상승한 58억 7,1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투자 손실이 엄청 커졌다. 유가 폭락으로 석유 및 셰일업체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 주식이 연초 대비 약 70%가까이 폭락해서 현금 배당 대신 보통주를 발행받기로 하는 등 지분을 대거 보유한 기업들이 엄청난 폭락을 했다. 물론 한 평생을 투자로 성공한 사람에게 아주 짧은 기간의 성과는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에너지주들과 은행주들 말고 항공주들만 전량 매도했다. 버핏은 "나는 항공 산업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믿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항공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항공주를 전량 매도한 내 결정이 틀렸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항공주에 다시는 투자할 의향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버핏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겠지만, 버핏의 투자 성향을 보았을 때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세상에 대한 뷰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한다. 즉,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오든 오지 않든, 그리고 이것이 완전히 종식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의 해외 여행에 대한 인식 및 실제 그 행동이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분명히 정상화가 되서 수요도 기저효과로 인해 크게 늘긴 하겠지만 그 수치가 최소한 과거만큼 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과거 평균적으로 100이었던 수요가 20으로 크게 하락했다가 80으로 회복을 하면 이는 급반등을 하는 것이지만 과거만큼의 수요 회복은 아니다. 만약 과거만큼 혹은 그 이상 수요 회복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더라면 세계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 및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을 매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혹은 과거만큼의 수요 회복을 할 수 있겠지만 그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걸릴 것 같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은행주들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테고, 유가 폭락으로 도산하는 셰일 업체들을 인수해 향후 점유율 등을 더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해 에너지기업들은 지속 보유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세계 최고의 투자자지만 100% 다 성공한 것은 아니기에 버핏이 틀릴 수도 있다.
항공주를 전부 매도했다고해서 버핏이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경제를 믿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 경제를 확실히 믿었다. 여러분이 언제 태어날지, 또 어디서 태어날지를 고를 수 있다면 당신들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 그리고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은 매우 광범위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미국을 멈출 수 없다고 확신한다. 미국의 기적과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다 듣고나니 이건 위기 때마다 달러를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이야기 아닌가? 어쨌든 올해 버크셔 주주총회를 통해 버핏의 미국 경제 장기 낙관론, 그리고 그 속에서 항공주에 대한 뷰가 바뀐 것을 알 수 있었고 이것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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