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이라는 법안이 나오자 임대인, 임차인 모두 혼란에 빠졌다. 임대인도 아니고 임차인도 아닌, 제 3자 입장에서 임대차 3법, 그리고 전세 제도에 대한 의견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먼저 임대인의 계획은 4년(기존 2년+2년 연장)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다. 애초에 은행 예금 이자도 1% 수준인데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손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CPI인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는 다르다)
물론 월세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박 의견도 존재한다. 최근 서울 주택거래의 약 70%정도가 전세를 이용한 갭투자라, 월세로의 전환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이들 역시 현금이 없을 것이므로 당연히 전세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논리다.
개인적으로는 반박 의견에 절반만 동의한다. 예를 들어보자. A가 20억 원 아파트를 사는데 본인 돈 10억 원에 은행 대출 10억 원을 이용했다. 이 20억 원짜리가 30억 원까지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수익률을 계산해보자. 그는 본인 돈 10억 원으로 10억 원을 벌었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은 100%가 된다. 반면, 똑같은 20억 원 아파트를 모두 현금으로 구매한 B의 경우 본인 돈 20억 원으로 10억 원을 벌었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은 50%가 된다. 전세금은 대출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 대신 전세를 대입해도 사실상 차이가 없다. 즉, 현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수익률 극대화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식에서의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개념과 같다. 따라서 '서울 주택 거래의 상당 부분이 갭투자 형태' 라는 것은 통계상 맞을지라도, 그것이 정말 현금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ROE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는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20~30대 중에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하는 사람들은 현금 없이 대출을 최대한 이용했을 것이다. 이런 분들 같은 경우는 당연히 전세금을 반환해줄 수 없기 때문에 전세를 유지하겠지만, 단순히 ROE를 높이기 위해 전세금을 이용한 갭투자자들은 보유 현금으로 전세금을 반환해주고 월세로 돌릴 것이다. 이들은 위 예시처럼 20억 원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본인 현금 20억 원을 한 곳에 다 사용하지 않고, A아파트에 본인 현금 10억 원+대출(혹은 전세) 10억 원, B아파트에 본인 현금 10억 원+대출(혹은 전세) 10억 원 이렇게 2군데 투자를 한다. 따라서 이들이 전세금 반환을 위해 보유 아파트를 처분할 수는 있겠지만(혹은 처분하지 않고 A주택은 전세 유지+그 전세금으로 B주택 전세 보증금 반환 및 B주택만 월세 전환 등) 그들에게 전세금 반환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10가구 기준, 모든 가구가 월세 전환은 되지 않겠지만 이 중 절반 혹은 2~3가구만이라도 월세 전환이 된다면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는 4년 후의 가정이고, 분양 및 착공 기간을 감안해 정부가 관련 정책을 펼친다면 어느 정도는 보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이다. 지금처럼 부동산이 상승할 때마다 전세 제도로 인한 갭투자의 문제가 제기 되지만, 사실 전세 제도는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이다. 물론 예금 금리가 높았던 과거, 이는 임대인에게도 좋은 제도였다. 무주택자의 경우 전세로 거주하며 목돈을 마련해 주택을 실소유할 수 있는 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다. 계약 만료 후 전세금을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며 돈을 빠르게 저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갭투자라는 단점(?)과 목돈 마련 및 주거 비용 절감의 장점이 혼재하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모든 제도 및 정책에는 장단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주택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전세로 거주하며 목돈을 마련한 후 부동산 사이클을 이용하여 가격이 하락했을 때 유주택자가 되는 것이다.
어제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온다' 라고 말하였다. 거주 형태가 월세인 분들에게 목돈 마련에 월세가 나은지 전세가 나은지 물어보면 이견이 없다. 과거 기회가 있을 때 전세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은 대출을 이용했을지라도 유주택자가 되었다. 이제 전세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월세가 대체한다면 무주택자의 목돈 마련 시기는 상당히 길어지고 주거 비용 역시 크게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주택자가 유주택자 되는 순간 보수화가 된다고 했던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여당은 국민들 다수가 무주택자로 남아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 간접적으로 전세 제도를 없애버려 월세만 남는다면 이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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