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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임대료 규제와 그 부작용 '미아 패로 법'

임차의 2년 추가 연장을 담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임대차 3법' 논란이 많다. 임대료 인상 제한(임대료 규제)은 '가격상한제'와 같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결정된 결과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가격통제는 '최저가격제(Floor Price System)'인 최저임금제도와 '최고가격제(Maximum Price System)'인 분양가 상한제, 임대료 규제이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목적으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임대료 규제가 시행되면 단기에 임대료는 낮아지지만 임대주택 주인들의 주택 유지 및 보수 유인을 없애기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최저임금제도 역시 직장에 남아있는 근로자들의 소득은 올라가지만 다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격상한제의 역사와 서울 부동산 청약

코로나도 못 막는 청약 열기..수억 시세차익 단지들 '후끈' 코로나19 확산에도 시세보다 수 억 원 저렴한 로또 아파트 청약 열기가 지속 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견본주택 문도 못 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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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규제에 관해 '미아 패로 법'이라는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 뉴욕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에 대한 지원 및 물가 상승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임대료 규제법을 시행했다. 임대료 상한선을 둬 임대인이 일정 수준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게 하고 동시에 세입자를 내보낼 수도 없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어떤 효과가 발생했을까? 

 

감독 우디 앨런의 과거 연인이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출연했던 세계적인 영화배우 '미아 패로(Mia Farrow)'는 1990년대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초호화 아파트를 임대해 살았다. 방이 10개나 되는 이 아파트의 당시 시세는 1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지만, 그녀는 고작 월 2,000~3,000달러 정도에 거주를 할 수 있었다. 뉴욕시의 임대료 규제 덕분에 그것이 가능했는데, '미아 패로 법'은 시장을 왜곡해 목적과 상반된 결과를 유발하는 규제를 비꼬는 뜻으로 사용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뉴욕 시장 역시 테라스를 갖춘 방 3개 아파트 월세를 시세의 1/5수준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이야 그렇다치고 서민들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쳤을까?

 

임대료 규제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임대료가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하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간이 흐르자 임대사업자들은 건물 관리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보유세, 유지 및 보수 비용 등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건물을 그냥 방치하기 시작했고, 잠재 임대사업자들 역시 관심을 끊다보니 임대용 건물의 신축도 사라졌다. 공급 부족 속 건물은 방치 및 노후화가 계속 진행되어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실제 1980년대 초반 브롱크스나 브루클린 지역이 유령도시가 되고, 할렘가가 탄생한 배경을 '미아 패로 법'으로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 때 돈을 번 사람이 있었는데 현재의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다. 그는 1981년 뉴욕 시내의 건물 2채를 헐값에 사들였다. 당시 '미아 패로 법' 때문에 건물에 대한 수요도 줄고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트럼프는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는 법을 알고, 건물 내 전등을 어두운 것으로 바꾸고 창문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그들이 스스로 나가도록 만들었다. 그 후 개축 공사를 통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결국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시장은 항상 옳지 않지만 인위적인 규제 역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미아 패로 법'을 통해 현금이 많은 부자는 싼 값에 최고급 주거 시설을 즐겼고, 더 먼 미래를 위해 건물들을 싼 값에 사들였다. 단기에 서민들은 낮아진 임대료로 혜택을 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주거 환경이 더 악화된 슬럼가에서 지내게 되었다. '선의'로 시작된(혹은 그렇게 포장된) 규제에서 할렘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비서울,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소위 '똘똘한 한채'를 추구하는 법을 만드니, 모든 자본은 수요가 탄탄한 곳으로 쏠리게 되었고 그렇게 도시별 혹은 도시내 상대적인 할렘가가 탄생하고 있다. 

 

경제학원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임대료 규제가 주택 공급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는 명제에 93%의 경제학자가 동의한다.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폭격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임대료 규제를 하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장의 결론 역시 개인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임대차 3법이 과연 임차인에게 좋은 법인지 각자가 판단해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