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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완전경쟁시장의 이론과 현실

과거 미시경제학을 배울 때 항상 의구심을 갖던 기억이 난다. 수요와 공급을 지나 처음으로 배우는 '소비자 이론'부터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행태경제학 책을 하나 사서 읽고는 역시 이론은 이론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오늘은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던 '완전경쟁시장'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경쟁(Competition)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이라는 것은 시장의 구조(Structure)에 관련된 특성에 기초하여 분석이 진행될 수도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행위(Conduct)에 기초해서 분석이 될 수가 있다. 경제이론에서는 행위(Conduct)보다 시장의 구조(Structure)적인 측면에 기초를 두고 이를 더욱 강조한다. 

 

그렇다면 완전경쟁시장이란 무엇이고 이는 과연 현실적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경제학에서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만족해야 한다.

1) 가격수용자로서 공급자와 수요자: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

(어떤 경제주체도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어야 한다는 의미)

2) 동질적인 상품: 한 시장의 공급자는 모두 동질적인 상품을 생산 및 공급해야 한다.

3) 자원의 완전한 이동: 자유로운 진입과 이탈이 가능해야 한다.

(모든 경제적 자원은 경제의 어느 부문으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함) 

4) 완전한 정보: 경제 주체들이 거래와 관련된 모든 경제적, 기술적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식 갖추기를 요구)

 

보통 완전경쟁시장의 조건을 위 4가지로 말하는데 이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냉정하게 말하면 단 한개도 만족할 수가 없다.

(1)의 경우 다수+동질+정보가 만족되야하는 전제가 있고 (2)는 광물 등이 아니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3)경우 역시 직장 이동, 기술 습득 등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4)의 경우도 사람마다 지적 수준 및 해석의 능력이 다르기에 비현실적이다.

어쨌든, 이론은 이렇고 현실은 어느 나라든 모든 산업에서 완벽한 완전경쟁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완전)경쟁시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경쟁기업의 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업의 분할을 시도하였었다. 하지만 이는 행해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분할 대상 기업이 정부와 법적 다툼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현실성도 떨어지고, 규모/범위의 경제 측면에서 보면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기업 분할은 기업의 생존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가 있다. 하지만 경쟁기업의 수가 적어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만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독과점 체제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기업의 수보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즉,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더라도(애초에 불가능하지만) 이와 비슷한 결과(자원의 효율적 배분)를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경합시장 이론(Contestable Market)이다. 

 

 

(참고로 이 분이 경합시장이론을 주장한 분들 중 한 분인 William Baumol)

 

의미는 독과점기업이 완전경쟁시장의 기업들처럼 행동할 경우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기업의 수와 관련된 완전경쟁시장의 전제 조건인 (1)과 상관 없이 기업의 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경합가능시장의 전제 조건은 위 (3)과 같은 진입과 퇴출(이탈)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 안의 기업은 잠재적인 진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에 가격을 한계 비용 이상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시장의 경우 가격(P)=한계 비용(MC, Marginal Cost)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효율적인 생산량이 결정됨) 진입과 퇴출 시 매몰비용(Sunk Cost)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도 비현실적이다. 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초기 생산시설을 갖추는 비용이 많이 들고 이로 인해 쉽게 이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핵심은, 비현실적이었던 완전경쟁시장에서 '경쟁 기업의 수'에 맞추던 초점을 경합시장이론에서 주장하는 '진입과 이탈의 장벽 제거'로 바꾸어 갔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거래정책의 방향이 이 곳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비현실적인 이론을 그나마 현실성 있게 접목시키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