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대한 경제 관련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담배의 가격탄력성에 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서 그것에 대해 작성해보려고 한다. 담배가격을 올리면 KT&G의 매출에 도움이 될지, 외부효과 측면에서 사회 전체의 후생에는 어떨지,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수요의) '가격탄력성'부터 알아보자. 상품에 대한 수요량은 그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감소하고, 하락하면 증가한다. 이 때 가격탄력성은 가격이 1% 변화하였을 때 수요량은 몇% 변화하는가를 절대치로(가격과 수요량은 반비례이므로) 나타낸 크기이다. 탄력성이 1보다 큰 상품의 수요는 탄력적(elastic)이라 하고,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inelastic)이라고 한다. 참고로 여기서는 '소득탄력성'과 '교차탄력성'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담배가격의 대부분은 세금이다. 또한 국내의 담배가격은 해외의 그것보다는 낮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공약과 이를 반대하는 흡연자들 사이에서의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담배가격이 지금보다 더 인상될 경우 어떤 득실이 있을까?
A: "담배가격의 인상은 담배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재정수입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B: "담배가격의 인상은 담배소비를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재정수입도 얼마 증가시키질 못할 것이다."
A는 담배가격을 인상시키고자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이나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B는 담배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흡연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답을 알기전에 어떤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두 주장 모두 모순이 있다. 담배가격의 인상이 소비를 줄일 수 없다면, 정부는 담배가격을 인상시켰기 때문에 원래 소비량 그대로 더 많은 재정수입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담배가격의 인상이 만약 소비를 크게 하락시킨다면, 재정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다음과 같다.
"담배가격의 인상이 담배소비를 줄이지 못한다면 재정수입은 크게 증가할 것이고, 담배가격의 인상이 재정수입을 크게 늘렸다면 담배소비는 줄이지 못한 것이다."
위의 정답을 근거로 두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알아보자. 'Tobacco Control' 이라는 유명한 금연잡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그 동안의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평균적으로 담배가격의 인상에 따른 가격탄력성이 0.25~0.50로 측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과거 국내에서 조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격탄력성은 0.75로 측정되었다고 한다. 이는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가격탄력성이 1보다 작기 때문에 담배소비는 비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외국 조사와 비교 시, 가격탄력성이 1보다는 작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꽤 의미있는 감소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담배가격을 20%정도 인상하면 흡연인구는 약 15%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니,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인상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볼 부분이 있다. '탄력성'이라는 개념은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탄력성은 가격이 변했을 때 상대가격의 변화로 인한 효과(대체효과)와 실질소득의 변화로 인한 효과(소득효과)에 의해 결정되는데, 청소년들의 경우 어른들보다는 중독성이 심하지 않기에 대체효과가 크고,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소득 중 담배에 대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따라서 담배가격이 상승할 경우 담배소비가 어른들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를 모를 수도 있다. 쉽게 결론만 이야기하면 담배가격 인상이 어른들보다 청소년들의 담배소비를 더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흡연자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였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비흡연자들도 상당히 많고 흡연은 비흡연자들에게 나쁜 외부효과를 미친다. 후생경제학자인 피구(A.C.Pigou)는 외부효과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조세로 해결을 하라는 제안을 하였다. 이 역시 사회 전체의 후생 측면에서 보면 조세부과(담배가격 인상)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또한 금연인구가 더 늘어나 사람들이 건강해지면 정부의 의료비 부담까지 줄어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KT&G회사 측면에서 보자. 담배가격을 인상해도(1%) 인상한만큼 그 이상 소비가 줄지는 않는다. (0.75% 감소) 다시 말하면, 담배가격을 인상해도 그 전보다 매출이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KT&G주주들 입장에서도 좋은 것 아닌가? (a=1%상승, b=0.75%감소, (a-b)*100-ab/10,000>0이므로)
조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을 넘는 것을 본 적은 없는 듯하다. 과거 많은 논쟁들이 있었는데,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려면 적어도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외부효과와 조세부과' 정도의 근거는 가지고 논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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