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일과 2일에 걸쳐 델타항공 주식 1,300만주 가량을 3억 1420만달러(약 386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버핏도 손절' 검색) 버크셔의 델타항공 보유 지분은 5,890만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 230만주를 7,430만달러(약 915억)에 매각해 보유 지분은 5,130만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델타항공을 추가매수하며 장기투자 계획을 밝힌지 3주만이다. 무엇이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그를 3주만에 변심하게 만들었을까?
공식적인 이유야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워런 버핏이 과거 IBM을 손절할 때를 참고해보면 좋을 듯 하다. 버크셔는 2011년 IBM에 12억 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6년간 수익은 커녕 손실을 보자 2017년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때 버핏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나는 IBM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6년 전처럼 IBM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약간 내리막길인 것으로 다시 평가했다." 그렇다면 버핏의 항공주에 대한 의견도 바뀐 것이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물론 3주 전 폭락 시에는 추가매수를 했지만, 급격하게 변동하는 실물경제와 주식시장만큼 버핏의 생각도 바뀐 것이 아닐까?
버핏이 매도를 한 시점에 델타항공은 올 2분기 수익이 약 90%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항공업계를 파산하게 두지는 않겠지만, 향후 구제안 등을 통해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항공업계의 실적과 주가도 자연스레 회복되겠지만, 당장은 경영난이 심각한데다가 정부까지 경영권에 간섭하면 업계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미국의 상황이 이런데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LCC는 말할 것도 없고 대표적인 대한항공을 한 번 보자. 대한항공은 2만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순환휴직 실시를 골자로 한 자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외국인 조종사 387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한 후 추가로 나온 조치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급여의 70% 지급을 통한 고정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최근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을 만나 회사채 차환 발행 등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부는 항공사 스스로 고강도의 자구 방안을 내놓기 전에 직접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갚아야 할 채무가 약 4조 3,500억원이고 4월 달에만 약 2,400억원의 회사채 상환 만기가 도래한다. 결국 여기서 알 수 있듯, 현재 항공업계는 다른 산업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고, 이것이 금방 끝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자구 방안을 내놓아야하고 월가의 전망처럼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는 순간 수익성까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워런 버핏이 생각하는 항공업의 전망이 3주만에 바뀐 것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면 굉장히 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전력] 탈원전으로 인상될 전기요금은 얼마일까? (4) | 2020.04.07 |
---|---|
종합주가지수에 대한 오해와 진실 (10) | 2020.04.07 |
[산업 리포트] 과거와 비교한 건설업의 오해와 진실 (0) | 2020.04.06 |
[KT&G] 담배의 가격탄력성과 매출 (4) | 2020.04.05 |
[산업 리포트] 코로나 이후 한국주식의 전망 (10) | 2020.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