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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승자의 저주와 실제 사례

일반적으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은 승자라고 표현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람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따져봐야 한다. 따져본 결과 울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 그 이론과 실제 사례를 알아보자. 

 

어떤 토지에 대한 경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부는 '최고가격입찰제'로 경매를 시행하려고 한다. 이 토지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경매는 공통가치 경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무도 그 토지의 정확한 가치를 모르지만 이것이 A로 주어져 있다고 가정하자.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토지에 대한 나름의 가치 추측치를 만들어 가격을 써낼 것이다. n번째 사람의 추측치가 Vn이라고 할 때,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

 

Vn=V+En (Vn은 n번째 사람이 추측한 토지의 가치, En은 n번째 사람의 추측오차)

 

사람들 중에는 토지의 가치를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평가한 가치의 평균치는 토지의 진정한 가치에 꽤 근접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즉, 추측오차 En의 평균치가 0에 가까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 경매의 최종 낙찰자는 웃어야 할 상황보다 울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꽤 높아진다. 최종 낙찰자가 경매에서 이겼다는 것은 토지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뜻이며, 이것은 그의 추측오차가 양(+)의 값을 가지며 그 절대값이 가장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가 평가한 토지의 가치는 진정한 가치를 상당히 초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는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경매 참가자들은 자신이 평가한 금액보다는 낮은 금액을 써내려 할텐데 여기에도 딜레마가 있다. 너무 적게 깎아 써내면 승자의 저주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너무 많이 깎아 써내면 경매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것이다.

 

위 개념을 가지고 실제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는 다음 포스팅에서 작성해 볼 예정이고, 이해하기 편한 부동산 사례로 알아보자.

 

과거 경기도 고양시 공원관리사업소는 호수공원 입구 매점 운영권 위탁 공개입찰에서 8억 6천만원을 써낸 박모씨를 낙찰자로 결정했다. (2002년 8월 기사) 24대 1의 경쟁을 뚫고 운영권을 따낸 박씨는 3년간 매점사용료로 매년 8억 6천만원씩 고양시에 내야 한다. 놀라운 점은 이 매점의 내정 낙찰가는 7,65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최종 낙찰가가 내정 낙찰가의 11.2배가 되자 시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일산 신도시 호수공원 안에 있는 7.6평짜리 크기의 매점에서 한 해 동안 얼마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 물론 낙찰을 받은 박씨는 그 이상의 수입을 올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정 낙찰가의 11배 이상으로 낙찰을 받았을 것이다. 박모씨가 아무 정보 없이 그 정도 금액을 쓴 것이 아니라면, 그는 그 동안의 매점 영업실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예상 수입까지 계산한다음 위와 같은 금액을 써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23명의 다른 경쟁자들은 그와 같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았을까? 모두들 장기간 유동인구도 조사하고 실제 매출은 얼마나 나오는지, 향후 유동인구와 매출 예측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다. 또한 고양시에서의 내정 낙찰가는 7,650만원이었다. 물론 누구도 직접 추적을 하지 않았기에 박씨가 그 이상의 돈을 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정 낙찰가와 수많은 경쟁자들의 큰 차이가 없는 정보력 등을 감안하면 박씨는 승자의 저주에 빠졌을 가능성이 꽤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