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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돈 줄 테니 학교 좀 나올래?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학파의 Gary S. Becker교수는 인적자본이 경제성장의 열쇠라고 주장하였다.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의 축적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보조금을 아끼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그의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사람들은 나이키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나라의 공장에서 어린이들의 노동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을 비난하기 전에 효과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어린이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내기업 혹은 외국기업들의 탐욕이 아닌 '빈곤'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나라의 가난한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노동을 시킨다. 아이들의 노동소득이 식품과 의약품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딜레마는 이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시, 노동기술을 쌓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노동시장에서 그들을 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부모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와 아이들의 장기적인 경제적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현재의 어린이 노동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어린이 노동을 강제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15세까지 의무교육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심의 가난한 동네나 농촌에서 특히 그렇다. 법을 어긴 것이지만 공무원들도 이 문제의 원인이 부모들의 이기심이 아닌 빈곤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부모들을 쉽게 처벌하지 못한다. 

 

Becker교수는 제안을 하였다. 아이들을 일터 대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금전적인 유인을 주라는 제안이었다. 자녀들이 규칙적으로 학교에 간다는 사실을 학교가 증명하면 이 아이들의 부모에게 돈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일을 할 경우 벌 수 있는 수준보다 많은 보조금을 줄지, 그보다는 적게 줄지 금액의 측면에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재정적인 문제 등을 감안해서 더 적게 주더라도 부모에게 지급되는 돈이 아이들이 노동으로 벌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적지만 않다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강한 유인을 가질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장기적인 경제적 이해를 위해 전체를 부담하는 것은 꺼리겠지만 일부는 기꺼이 부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조금이 아이들의 노동소득보다는 적을지라도 큰 차이가 없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실제 멕시코 정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Progresa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Chipas와 다른 농촌지역에 사는 200만 명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적용된다. 당시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멕시코 가정 월 소득은 100달러 정도였는데, 매달 평균 25달러가 보조금으로 지급되었으니 이는 부모의 행태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가 있다. 저개발 국가의 가난한 가정에서는 딸들이 10대가 되면 학교를 그만두게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저개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고 이로 인해 남녀간 경제적 불평등이 영속화될 수 있다. 단순히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의 격차 뿐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rogresa 프로그램에서는 10대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가정에 대해 조금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였고, 몇 년 사이에 매우 가난한 멕시코 가정의 아이들 200만 명이 학교에 다니게 된 것과 더불어, 남녀 아이들의 교육격차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은 공짜로 진행될 수가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Becker교수가 제안한 것은 엘리트들을 위한 대학교육에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투입되는 재원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출의 일부를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불평등도 줄어들고 경제성장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는 부유한 학생들에게 넉넉한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폭넓은 기초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Becker교수 주장에 동의를 한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시각의 차이도 존재하고, 같은 시각이라도 문제의 해결 방법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어쨌든, 나이키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어린이 고용정책을 비판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사회정책의 개선 등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