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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야기

미국 은행주들의 어닝쇼크

미국 증시의 경우 급락장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을 해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아마존과 넷플릭스 같은 경우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전고점에서 급락했던 테슬라도 6거래일간 약 60%정도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해 실업률을 대폭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고 연준 역시 무제한 돈 풀기로 어떻게든 경제를 큰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저점을 찍고 상승하는 증시와는 다르게 실물 경제는 심각할 정도로 침체인 상태에 있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의 은행주들은 예상보다도 안 좋은 어닝쇼크의 실적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주가는 하락을 하였다. JP모간의 1분기 순이익은 78센트로 예상치였던 1.84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했고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70%가 급감한 수치이다. ('JPMorgan 1Q Profit Drops 70%' 검색) 워렛 버핏이 투자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웰스 파고(Wells Fargo)는 전년 동기대비 순이익이 약 90%가 급감했다. 

 

JP모간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68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56%는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할 것을 대비해 쌓은 것이다. JP모간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손충당금에 대해 "부분적으로 미국 GDP가 연간 25%감소하고 실업률이 2분기에 10% 이상 치솟을 것이란 가정하에 설정한 것"이라고 하였다. 웰스 파고 역시 대손충당금을 38억달러 설정하였다. JP모간의 충당금은 대부분 가계 부문에 적용될 예정이며, 웰스 파고의 경우 가계와 기업 모두에 적용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충당금의 적립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고 또 이 충당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실물 경제의 상황이 예상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JP모간의 경우 3월에 예금이 23%나 증가를 했다. 위기를 느낀 고객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투자 상품에선 자금의 유출이 급증한 반면, 단기 상품에는 엄청난 돈이 몰렸다.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펀드매니저들 역시 보수적으로 변했다.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은 5.9%로 3월 5.1%대비 급격히 높아졌고 이는 9.11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4월부터 은행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4월 들어 JP모간의 카드론 연체가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모기지론과 오토론 등 신규 연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웰스 파고의 경우 약 10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모기지론과 오토론에 대한 이자지급 유예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두 은행 모두 이자를 유예해주거나 연체 이자에 대해 면제를 해주고 있다. 

 

미국의 은행주들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으로 주가가 급락을 한다면 분할 매수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은행주들의 현재 상황을 보며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실물 경제의 상황와 한국의 은행주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은행주들은 어떤가? 대출 규제로 인해 수익성까지 악화된 상태에서 라임 사태와 엮인 것만 보더라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도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표상 저평가이고 주가 하락에 따른 배당수익률이 굉장히 높아졌지만 선뜻 투자할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은행주들의 실적 발표 이후 오늘 한국의 은행주들이 모두 하락한 것은 무엇을 뜻할까?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지만 현재 기준 기존 배당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7~8%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을 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