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132kg이기도 하고, 세계적 흐름에 참여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문제가 생겼다. 2018년 이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있으며, 님비현상 때문에 쓰레기 매립장을 확대하는 것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졌다. 바이러스로 인해 머그컵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환경부는 공항, 기차역 등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던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순식간에 후순위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 사용 여부가 감염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하였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순간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단순 일회용 컵 사용만 문제가 될까? 일회용품 사용의 증가는 단순 일회용 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불편한(?)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가 그 중심에 있다. 외식보다는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마트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친환경과는 정반대의 길을 다시 걸어가고 있다. 일회용기들과 택배 포장박스 등의 생활 폐기물은 택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같이 비례해 쌓여가고 있다.
일회용 컵이나 일회용기, 택배 포장박스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 일회용 마스크이다. 의료진이나 환자가 쓰는 마스크는 의료 폐기물로서 제대로 소각되지만,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이 착용하는 일회용 마스크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 안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소각될 때, 마스크의 콧등에 있는 쇠나 플라스틱 때문에 일산화탄소, 다이옥신 등이 배출된다. 또한 이를 땅에 묻는다해도 자연분해까지 수백 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일회용 마스크 가격이 과거보다 상승한 것에만 집중했지만,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환경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는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바꾼 행동이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때문이기에 택배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자제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인 방안은 당장의 안전과 편리함을 추구하되,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라도 환경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칫한 친환경 추세는 이 사태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며, 상품의 개발 및 판매과정에 친환경 요소를 도입한 그린테일링(Greentailing, GREEN+reTAILING) 움직임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와 같은 인식으로 인해 '마켓컬리'는 작년부터 배송 포장지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전면 교체하는 '올페이퍼 챌린지(All-paper Challenge)'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SSG닷컴' 역시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알비백'을 도입했다. '배달의 민족'도 친환경 용기 라인업인 '그린'을 출시했고, 홈쇼핑 업계도 현재 친환경 종이 아이스백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정책이나 대응이 항상 즉각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사회적으로 발생할 여러 비용들을 줄이는 방법이다. 일시적인 악재가 발생해 우리의 안전과 편리성을 잠시나마 우선순위에 두지만 이는 친환경 추세에 대한 역주행은 아님을 항상 염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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