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거제, 울산 동구 등 5곳을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한국 조선업은 수주량 감소, 선가 하락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러한 불황 속, 며칠 전 카타르에서 LNG운반선 발주가 시작되었고 이는 한 줄기 희망처럼 보인다. 2018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물량의 70척 중 66척(약 94%), 2019년 역시 51척 중 48척(약 94%)을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독식할 만큼 국가별 선박 수주 실적에서 독보적이었다. 따라서 현재 기대감이 큰데, 과연 LNG운반선이 조선업의 구제주가 될 수 있을지 한 번 알아보자.
먼저 LNG운반선 수주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유가는 단기간 급락을 하였지만, 과거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을 때 천연가스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지하에 매장된 자원으로 석유처럼 시추를 통해 채취된 후 발전과 난방 등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기체의 형태이기 때문에 먼 곳으로 운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부피도 크고 운반 도중에 소실될 우려가 있어서 저장과 장거리 운송의 용이성을 위해 액화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천연가스를 압축 및 냉각시킨 것이 바로 LNG(Liquefied Natural Gas)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관련 규제가 확산되면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공급망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호주와 미국에서도 LNG생산을 늘리고 있고, 중동은 LNG관련 플랜트를 구축하는 등 LNG운반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Clarkson Reserch)는 2027년까지 매년 평균 63척 정도의 LNG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러한 LNG 열풍(?)에 기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보유한 기술력에 그 해답이 있다. 끓는점이 -162도인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유지하면서 운반하려면 LNG를 담는 화물창이 극저온과 고압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재액화(자연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지속적으로 액화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이것이 LNG선의 기술 지표이자 국내 조선사들의 강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2019년,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3사 중 LNG선 수주를 가장 적게하였지만 사실 LNG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이다. 작년 한해만 볼 것이 아니라, 1992년 최초 수주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 및 인도했다.(2019년 10월말 기준 177척 수주, 145척 인도, 잔량 32척) 뛰어난 기술력이 그 이유인데, LNG의 자연기화 비율을 낮춘 화물창 시스템인 솔리더스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운송할 때 자연기화되는 LNG양이 0.07% 정도인 반면, 솔리더스는 0.049%정도고, 이는 현재 전 세계 LNG화물창 중 자연기화율이 가장 낮다.
최근 카타르가 발주한 LNG운반선의 첫 계약을 중국(후동중화조선)이 따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일부 물량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계약을 국내 조선 3사가 따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하나는 카타르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53척의 LNG선을 발주했는데 국내 조선 3사가 대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력이 열위에 있는 중국 조선사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LNG운반선은 잦은 고장이 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시운전 후 2년만에 폐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번 후동중화조선의 계약을 저가 수주 혹은 카타르 가스를 수입하는 조건부 계약 등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국내 조선 3사가 LNG운반선만 건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판단에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불황인 국내 조선업을 감안하면 충분히 구세주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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