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에서 현재의 경제 위기를 케인즈와 하이에크 이야기로 풀어낸 리포트를 발간했다. 불황의 원인과 대처에 대해 이를 흥미롭게 풀어냈기에 요약해 소개하려고 한다.
케인즈와 하이에크는 우리가 살면서 꼭 들어볼 경제학자들이다. 현재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들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정책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두 경제학자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요약해 말하면, 위기 시 케인즈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하이에크는 시장에 맡기는 자유주의를 주장한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케인즈가 남긴 "어차피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시장 개입 시 불균형이 나타난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경제학자들을 향한 말이다. 케인즈는 케임브리지대학, 하이에크는 런던정경대학에 재직하며 동시대에 활동했던 물과 기름같은 존재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불황'의 원인과 해결책을 각 경제학자의 주장에 맞게 풀어냈다. 세부적인 방법론 제시는 아니고 어느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내용이므로 가볍게 읽으면 될 것 같다. 먼저 '불황의 해결책'은 케인즈의 접근이 옳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주식시장이 그 예인데, 일반적으로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이 주식시장의 단기/중기적 상승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부양책이 제시됐을 때 기대감으로 오르는 것을 '금융장세'라 부르고, 부양책이 시차를 거쳐 실제 경기를 회복시킬 때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것을 '실적장세'라 부른다. 3월 급락장 이후 지금까지가 금융장세였다면 앞으로는 실적장세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전제)
'불황의 원인'은 하이에크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뒤흔든 결과로 불균형이 나타나고 그에 따른 경기 불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히 주식시장의 '장기적 흐름'을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하이에크는 중앙 정부 통치의 대표적 예시인 나치즘이 어떻게 사회 전체를 왜곡시켰는지 직접 경험을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개입은 인위적인 통제를 의미하며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케인즈의 사망 이후에도 하이에크의 이론이 상당 기간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의 이론이 틀렸다기 보다 현실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장 개입에 의해 왜곡된 부분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누적시키며 이것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즉, 하이에크 이론은 단기/중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언급한 주요국의 부양책은 사실 지난 10년간 진행되어왔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불균형이 누적되어 왔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부양책만 있고 다른 조치가 없다면 장기적인 경기 하락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경제 버블로 인해 선진국의 수요는 팽창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전반의 생산시설은 과잉의 상태가 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그 극복을 위한 과정에서도 중국의 대규모 재정정책 및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등에 따라 생산시설은 추가 확대됐다. 이것의 결과는 2012년부터 발생한 글로벌 디플레이션 현상이다. 수요 대비 공급의 과잉 상태는 물가를 더욱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여러 상황들 때문에 당시 진행됐어야 할 구조조정이 아직도 진행되지 않았다. 정책의 수혜를 등에 업고 성장한 셰일 산업이 대표적이다.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을 하는 경우는 '기준금리 < 시중금리 < 명목GDP' 일 때 이다. 기준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낮다면,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적인 상태임을 의미한다. 또한 명목GDP가 시중금리보다 높다는 뜻은 자본조달비용을 상회하는 투자수익률이 나타나는 환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기 시 단기에는 케인즈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하이에크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질병, 천재지변 등에 의한 경기 침체 시에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다. 물론 동시에 이는 일시적이며 장기에는 구조조정 등이 동반되어야 함을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치인이 노조 및 시민단체의 반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상승 등의 위험을 짊어지려고 할까? 장기적 흐름 속에 단기/중기적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누적된 불균형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요국 역시 마찬가지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필연적이라면 그 언젠가를 위해 항상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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