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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야기

[에스엘] 이익을 감추는 황당한 분식회계

 

 

에스엘(SL)은 5월 20일 장 종료 후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에 대한 검찰 통보 사실을 위와 같이 공시한 후 21일부터 거래정지 상태에 있다. 에스엘은 자동차 전조등과 안개등, 후미등과 같은 등화 장치를 주로 제조하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이다. 에스엘의 이번 2,000억대의 분식회계는 주로 해외 법인의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작성하려고 한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에스엘은 종속기업 영업이익의 과소 및 과대계상, 이연법인세부채의 과대계상의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가 발생했다고 한다. 관련 조치로 (위 공시대로)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월, 검찰통보 및 시정요구 등의 제재를 내렸다. 그리고 유가증권 상장규정 제 49조에 따라 6월 10일(향후 추가 15일 가능, 최대 7월 1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심의대상 해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고, 그 전까지 거래는 정지된다. 만약 심의대상에 해당된다고 결정 시, 추가적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되며 그 후 '매매거래정지' 해제 혹은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주로 위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 공시의 체크한 부분) 에스엘의 인도 법인이 매출처의 단가인하 압력 우려로 2016~2017년 영업이익을 각각 129.8억, 119.2억 과소계상했고, 2018년에는 재료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을 111.7억 과대계상했다. 보통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는 것인데, 에스엘은 오히려 그것을 축소 공시하였다. 하지만 그 후 2018년에는 반대로 그것을 부풀렸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정 수준의 이익 혹은 이익률'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것이 시장의 추측이다. 협력사들은 보통 CR(Cost Reduction)의 압박을 받는데, 이는 '납품단가 인하'로 대기업이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협력사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완성차가 전방산업의 위기 등으로 실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비용 절감을 위해 1차 협력사에게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하고 이것은 또 2차, 3차 협력사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물론 위 공시에는 완성차 업계에서 CR을 요구한 것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완성차 이익률보다 협력사의 이익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면 갑의 위치에 있는 완성차 측에서 가만히 있을리 없다. (혹은 협력사의 이익률 수준이 완성차가 추정한 경우보다 높을 시) 때문에 일정 수준의 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2016~2017년 과소계상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다음 해에 재료비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손익분기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회계를 처리했었는데 재료비가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이것은 주주들에게는 악재이기 때문에 2018년에는 과대계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일정 수준의 이익 및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과소계상 및 과대계상을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CR과 황당한 분식회계 사례를 알아보고자 작성한 글이니 이연법인세부채의 과대계상 부분은 작성하지 않는다. 에스엘은 인도 현지 회사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현대차 인도 생산 법인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들의 이익률이 현대차 인도법인이 예상한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다른 분식회계 사건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 및 현대차의 경우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해도 에스엘과 거래하는 해외업체들은 이유 불문 분식회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납품단가 인하 가능성 때문에 협력사들에 부여하는 가치 지표가 다른 회사들과 동일하지 않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