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 이야기

무조건 장기 투자를 해야 할까?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에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기 투자를 지향할 것만 같다. 우선 주식투자를 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그 정의에 대해서는 항상 논쟁이 있다. 예를 들어 PBR이 0.1인 주식을 사서 1이 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가치투자일까? 만약 이 기업이 적자기업이면 매해 PBR의 수치는 달라질 것이며, 흑자기업이라도 보유 자산들의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하락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증권사에서 나오는 리포트들을 보면 분명히 같은 섹터에 속해 있는데 어떤 종목은 EPS기준, 어떤 종목은 BPS기준으로 목표가를 정한다. 그냥 상승하는 주가에 맞춰 가장 높게 목표가를 정할 수 있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핫했던 바이오 종목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전통 산업에 속한 종목들의 그것과 다르다. 따라서 이 글에서 말하는 가치투자는 어떠한 방법이든 자신이 구한 기업의 가치 수준에 주가가 도달할 때까지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어느 투자자라도 장기 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자신이 투자한 후 주가가 급등하여 단기간에 큰 수익률을 올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장기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고점 매수 비자발적 장기 투자

10토막이 난 삼성중공업을 고점에서 산 사람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비자발적 장기 투자일 것이다. 다른 종목들 역시 마찬가지로 고점에서 매수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닌 강제로 장기 투자를 한다. (업황과 기업의 상황이 빠르게 바뀌어서 당시에는 고점인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2. 배당주 투자

월세처럼 안정적인 배당을 받기 위해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성장은 정체되어 있으면서 돈은 꾸준히 버는 SK텔레콤, KT 같은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시가배당률이 5%이고 주가가 장기로 횡보한다고 가정한다면 수익률 5%짜리 부동산에 투자해 월세를 받는 것과 같고 이와 같은 생각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다. 

 

3. 현재 주가와 목표 주가의 괴리를 이용한 투자

보통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장의 논리든 자신의 논리든 목표 주가를 선정하고, 주가가 기업 가치에 도달할 시점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달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도달하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판다. 2번은 예외지만, 이는 1번의 비자발적 장기 투자와 전혀 다르다. 

 

일본의 가치투자자로 알려진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투자란 커다란 조류의 흐름이 밀려오는 것을 간파하여 미리미리 배를 띄워두는 것이다. 얼마 뒤 조류가 밀려올 때에 배는 조류를 타고 크게 진전할 것이다. 원래 가치가 높은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싸게 팔릴 때 사두고, 그 낮은 곳에 방치된 가격을 시정하려는 조류가 차오르기까지 그냥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가치 있는 것을 싸게 사둔 것이므로 두려울 것은 없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또한 가치주 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트위디 브라운'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투자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기간의 2~7% 기간 동안 발생한다. 즉, 2~7%의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투자자들 모두 단기간에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2~7%에 해당하는 기간을 알 수 없으며 이 기간을 놓친다면 같은 주식을 보유해도 수익률이 급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빠르게 승부를 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