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인데, 언제나 그렇듯 '노동자'와 '경영자'의 의견이 대립한다.
굳이 기사의 내용은 볼 필요가 없이 제목만 보면 모든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노동자는 '최저임금은 생명줄' 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자는 '최저임금이 3년간 너무 급등해서 경영 자체가 힘든데 코로나19 여파까지 있다' 가 주된 내용이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으나 나는 최저임금 급등 시부터 이 정책을 반대해왔다. 왜 지금와서 이런 주장을 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나는 정책 시행 전부터 일관되게 반대를 해왔고, 3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사태 전부터 그 결과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사가 나온 겸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상승,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 초토화 및 청년 실업률 증가, 이론적으로 남북 경제협력 불가능에 대해 일관되게 주장했고, 이미 그 실체는 시간이 흐른 후 다 드러나고 있다. (아직까지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믿고 따르면 된다.) 여기에 더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역시 반드시 인상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6월 말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이것이 안건으로 상정될지는 미확정이다. 어쨌든 이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관련 내용은 나중에 작성하려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관련해서는 몇 개의 글을 더 작성할 예정이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화폐환상'이라는 것이 있다. 용어와 내용은 낯설 수 있지만 쉽게 풀어서 설명할 것이고, 유명인들이 과거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 증거 자료를 제시하려고 한다. 먼저 화폐환상이란 '임금이나 소득의 실질가치는 변화가 없는데 명목단위가 오르면 임금이나 소득이 올랐다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인데, 임금이 물가와 동일한 비율로 상승했으면 사실상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인데도 단순히 숫자로 찍힌 임금이 올랐기에 더 부유해졌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내 월급이 100만원이고 자주 먹는 치킨의 가격은 1만원이라고 가정하자. (편의상 재화는 치킨 하나만) 그렇다면 내 월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치킨의 양은 월 100마리(100만원/1만=100마리)이다. 이 때 내 월급이 200만원으로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치킨의 양은 200마리로 늘어난다. (200만원/1만=200마리) 하지만 이는 물가가 상승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임금의 상승과 함께 치킨의 가격 역시 1만 5,000원으로 상승했다면 내 월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치킨의 양은 133마리가 된다. (200만원/1.5만=133마리) 분명히 과거 100마리보다는 많이 소비할 수 있지만 물가 역시 상승했기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소비 증가는 아니다. 치킨의 가격이 2만원으로 상승한 경우는 어떨까? 이 때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치킨의 양은 100마리로 과거 월급이 100만원일 때와 동일하다. (200만원/2만=100마리)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월급이 2배 올랐지만 치킨 가격 역시 같은 비율인 2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치킨의 가격이 2만원으로 올라서 '소비할 수 있는 양' 측면에서는 과거와 차이가 없지만, 단순 숫자로 찍히는 월급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고 좋아한다면 이것이 '화폐환상'에 빠진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어제 나온 기사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상승할 경우, 소비자 물가는 0.07%상승하며 특히 비빔밥, 삼겹살, 자장면 등의 외식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17년 최저임금 급등(7.3%)에 따른 물가 상승률은 0.5%로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 정책을 옹호하는 누군가는 '물가 상승률보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훨씬 더 크니까 그래도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 물가지수인 CPI는 여러 요인들에 의해 왜곡이 될 수 있고 이 모든 부분을 포함했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내용은 차례대로 작성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론은 2가지다. 하나는 최저임금 1%상승 시, 소비자 물가는 0.07% 상승(추후 세부 내용 작성 예정), 또 다른 하나는 단순 소비자 물가를 넘어 서민들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외식비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TV는 거의 시청하지 않지만 과거 '썰전' 폐지 전, '썰전'과 '강적들'을 매주 시청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반대했었던 이슈들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있었고, 이 최저임금 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전공자가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지만 경제 관련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관련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황당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꾸준히 등장했던 출연진 중에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2명 있었다. 이준석이랑 유시민이었는데(두 분 모두 나보다 연장자지만 편의상 존칭 생략) 그들이 최저임금 관련 당시 어떤 주장을 했는지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두 명이 상대 패널로 토론하는 자리는 아니었고, 이준석은 '강적들', 유시민은 '썰전'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내가 직접 캡쳐했고 저 이상의 다른 내용은 없으니 혹시 악의적인 캡쳐라고 생각되면 직접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하면 되겠다. 이준석은 '화폐환상'이라는 용어를 거창하게 사용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상승에는 물가 상승이 반드시 동반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매일 만나는 지역구민마다 물가가 왜 이렇게 올랐냐고 항의한 내용을 추가하며, 대체 왜 정치인들과 언론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물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최저임금' 만을 이야기하냐고 황당해했다. 반면 유시민의 주장은 '1시간 일해서 설렁탕 한 그릇 사먹지 못하면 얼마나 슬픈가?' 였다. 저런 황당한 주장에 대한 반박은 아주 간단하다. '임금상승률 정도 혹은 상승률분을 꽤 상쇄시킬 정도의 물가 상승이 동반된다면, 그 효과도 의도한바대로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미치는 부작용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도면 되겠다. 그리고 실제로 외식비 및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있는 품목들의 가격은 꽤 상승했고, 단순히 '노동자의 임금과 물가'만의 관계에서 벗어나 청년 실업률,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고정비 증가 등 많은 곳에 충격이 가해졌다. 그것은 고스란히 서민 및 평범한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나는 솔직히 이준석, 유시민 모두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경제학 전공자로서,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누구의 경제 관련 지식 수준이 높고 낮은지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은 저항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를 인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과거처럼 서서히 증가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며, 단순히 숫자로 찍히는 임금인 '명목임금(W)'보다 물가까지 감안한 '실질임금(w=W/P)'을 보는 것이 맞다. 최저임금은 과거처럼 경제성장률을 감안해 서서히 증가시키면서 일반인들에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가를 안정시키면 우리가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은 더 많아진다. 임금에 찍히는 숫자만 볼 것이라면 왜 고작 만원만 주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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