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의 갭(gap)투자는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아파트의 전세가가 7억이라면 내 돈 3억만 가지고 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다. (심지어 3억을 대출받는다면 내 돈은 필요가 없다.) 세입자의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전세 수요자가 7억을 들고 오니 전세는 계속 유지가 되고, 투자한 아파트가 목표가인 13억이 된다면 매도하는 방식이다. 내 돈 3억을 들여 3억을 벌 수 있는, 수익률 100%를 달성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갭투자는 당연히 시세차익이 목적이고, 전세가가 낮을수록 본인의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동산의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것(전세가가 높은 것)이 좋다. 이 '전세'라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제도 때문에 국내 부동산투자가 활발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무주택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가 부동산 가격을 더 밀어올리는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세 제도가 없어진다면 외국처럼 무조건 월세로 살아야 하기에 이 또한 정책 변경이 쉽지가 않다. 결국 여기서 알 수 있는 결론은 2가지다. 피터린치의 조언대로 무조건 1주택은 보유하는 것이 좋으며, 의도가 어떻든 어떠한 정책이 나오면 시장에서는 그 빈틈을 파고 든다는 것이다.
나는 갭투자를 해본 적 없지만 갭투자자들을 좋게도, 나쁘게도 보지 않는다. 그냥 정책과 환경 등을 감안해 투자하는 사람들로 판단한다. 오히려 그들이 더 똑똑한 것일 수 있다. 주식투자의 난이도가 훨씬 높은 것은 차치하고, 정치인들이나 국민들 대다수가 주식투자를 도박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환경에서 부동산투자를 안하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보같은 행동아닐까?
그럼에도 갭투자 역시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지금 포스팅을 할 과천의 한 아파트 사례는 현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래미안슈르'는 원문동, 별양동에 있는데 가격이 조금 더 비싼 원문동의 사례를 가져왔다. 나도 공부를 위해 기록하는 것이니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33평의 작년 2019년 12월 매매 및 전세 실거래이다. 특이한 점은 층수와 계약일이 같다는 것인데, 기존 보유자가 33평을 15억 9,500만원에 매도하면서 같은 곳에 10억 전세 계약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부가 작년 12월에 18번째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 대출이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즉, 15억 넘는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서는 대출이 되지 않기에 전세금을 제외한 금액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KB부동산시세 등의 기준으로 봤을 때 당시 래미안슈르의 매매가가 15억 미만인지 초과인지는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따라서 전세금을 제외하고 순수 현금으로 샀는지 대출까지 포함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최근 실거래와 비교를 해서 결과를 확인해보자.
같은 평형 비슷한 층수의 실거래는 12억 2,000~13억 6,000이고 실제 매물도 이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전세가는 7억이다. 현재 매물을 보면 고층 전세가가 6억대까지 나와있다. 전세가 하락이 매매가 하락만큼 굉장히 중요한데 몇 년간 전세가 수준이 7억 정도로 유지된다면 작년 12월 매수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기존 전세 세입자가 나갈 경우 혹은 재계약을 할 경우, 현 시세인 7억에 계약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10억에 전세 계약을 했던 12월 매수자는 자신의 돈 3억을 빼줘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매매가 역시 지금 수준이 지속된다면 약 2~3억 사이의 손실이 된다. (15억 9,500만원 - 12억 2,000만원~13억 6,000만원) 현재의 가격대가 유지되고 손절처리를 할 경우 총 5~6억의 손실을 확정짓게 되는데 이것은 원금 대부분을 손실보는 것과 같다. 약 16억의 아파트를 전세 10억끼고 매수했으니 초기 투자금은 약 6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를 때까지 무작정 보유하기에는 주변 신축 아파트들의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질 예정인지, 보유 기간동안 보유세는 어떻게 할지, 한참을 보유했는데 결국 매매가가 하락하면 어떻게 할지 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에 그 또한 쉽지 않다.
'투자의 대상'만큼 중요한 것이 '투자의 시기'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가치 평가'가 진행되었을 때이다. 아마 위 투자자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작년 12월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투자했을 것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완벽한 가치 평가 자체가 힘들고, 그것을 한다고 한들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가치 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 속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통해 최종 판단 전 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 분석은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아주 짧은 기간을 분석한 것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른다. 다만 그 당시 같은 평형의 다른 매매 및 전세 실거래와 비교해봤을 때 매수자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수한 것이 맞다. 10억 이상의 아파트 매매 시 취·등록세, 중개비 등의 비용도 크고 몇 년이라도 보유한다면 높아진 보유세까지 내야한다. 모두에게 좋은 투자 대상도 비싸게 매수한 나에게는 나쁜 투자 대상이 된다. 평소 만원, 2만원 아끼면서 알뜰하게 살다가 경제와 투자를 몰라서 중요한 순간에 저렇게 5~6억씩 손해본다면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 들 것이다. 어렵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지라도 계속 공부하고 경험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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