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최저임금 관련 글을 몇 개 더 작성하려 한다. '화폐환상'은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임금'에만 치우쳐 환상을 갖는 것이라고 하였다. 오늘 작성할 글은 '비고용 자영업자'에 관한 내용이다. 당시 이 정책을 지지했던 유명인 및 유튜버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알아보자.
2018년 최저임금 상승률을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이려는 정책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물가 상승, 실업률 상승 및 그에 따른 실업급여 증가 등이 거론됐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타격에 대한 논쟁 역시 치열했다. 당시 즐겨보던 '강적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갑수(모든 존칭 생략)가 이런 발언을 하였다.
'자영업자 중 누군가를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가 올라가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도 고용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핑계를 대는 것은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것' 정도로 요약하면 되겠다. 같은 시기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참고로 전우용은 현재 김어준과 함께 '조국백서'라는 것을 제작하고 있는 사람이다. 맥락은 같다. 본인의 단골 식당을 갔는데 음식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사장님께 이유를 여쭤보니 '최저임금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올렸다'라는 답변을 들었고, '고용하는 사람도 없이 부부가 운영하는데 그것이 핑계냐?' 라고 했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본인의 생각을 덧붙여 '자기가 혜택을 입는지 피해를 보는지조차 분간 못하는 사람은, 애먼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라며 단골식당 주인을 비판한 것이다.
김어준을 추종한다는 '고양이 뉴스'라는 유튜버이다. 현재 2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역시 주장하는 바는 김갑수, 전우용과 마찬가지로 고용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가 70%정도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급등을 자영업자와 엮는 것은 정책 추진 발목잡기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주장들이 나왔고 나는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이 정책을 지지하는 경제학자가 나름 논리적인 척 관련 주장을 하면 유명인이 언론 및 SNS에서 그것을 퍼뜨리고, 젊은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에서 영향력있는 유튜버들이 그 주장을 받아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2018년 당시 내가 직접 통계청에 들어가서 캡쳐를 한 사진이다. 전체 자영업자(고용 자영업자+비고용 자영업자)의 수는 5,681(단위:천명)이고 이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비고용 자영업자)의 수는 4,030이다. 즉, 비고용 자영업자의 비율은 전체 자영업자의 약 71%이고, 김갑수나 유튜버가 제시한 통계가 맞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통계가 맞다고 해서 이들의 주장이 맞는 것은 아니다.
위 자료는 '공급충격 인플레이션 경로'인데, 어려워 보이는 내용은 생략하고 쉽게 이야기하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용비용이나 원자재비용이 상승하면 최종 판매 재화의 가격은 상승한다.'로 요약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위 3명, 특히 전우용의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을 아주 간단한 예시로 반박해보자.
어떤 부부가 작은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정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로 지출되는 돈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돼지를 사육하고,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음식들을 재배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재료들은 다른 업체에서 공급받을 것이다. 당연히 거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렇게 한다. 그 중 김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김치 공장이 100% 자동화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이상(그럼에도 소수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을 것이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 분들의 임금 역시 상승한다. 그렇다면 김치를 납품하는 공장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돼지국밥집에 납품하는 김치의 가격 역시 인상될 수 밖에 없다.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 입장에서는 어떤가? 본인들이 납품받는 김치 및 다른 재료들의 가격이 다 올라가기 때문에 결국 돼지국밥의 가격 역시 올려야 기존에 남던 마진을 유지할 수가 있다. 최종 재화의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순전히 부부가 그 비용을 다 뒤집어 써야한다.
즉,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직접 피해이지만(간접 피해까지 생각하면 타격이 더욱 크다), 고용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에게도 간접 피해가 생긴다.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주 상식의 문제이다. 김갑수는 시인 및 시사평론가다. 전우용은 역사학자다. 고양이뉴스는 김어준을 추종하는 구독자 20만 유튜버다. 아주 기초적인 경제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언론 및 유튜브를 포함한 SNS에서 저런 식으로 선동하고 다닌다. 특히 체인으로 엮여있는 경제 질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모든 것을 1차원적으로 생각한다. 현 정부의 여러 경제 정책이 그렇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몰랐던 선량한 국민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이 본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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