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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이야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주식 양도세 신설)의 문제점

기획재정부에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관한 자료를 내놓았다. 큰 틀에서의 결론은 금융세제 선진화의 방향인 '양도소득세 신설 및 거래세 인하'인데 이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1. 조세형평성 측면

기획재정부가 말하는 위 내용을 쉽게 이야기하면 '소득이 있으니 세금을 내라'이다. 이것을 '국민 개세주의'라고 하는데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금융 선진국들 모두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겠지만 상위 약 10%만이 주식 시장에서 꾸준히 돈을 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손실보는 대부분은 왜 지금까지 '거래세'를 낸 것인가? 이들은 소득은 커녕 손실만 봤는데 '소득이 있으니 세금을 내라'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양도소득세를 신설했지만 증권거래세는 '폐지'가 아닌 '인하'다. 즉, 약간 낮춰진 거래세에 더해 양도세가 생긴 것이다. 해마다 주식 시장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바뀔 세법으로 인해 정부의 세수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을 떠나서 이것은 이중과세 아닐까? 결국 조세제도가 개편된 이후에도 손실보는 사람은 거래세를 내긴 해야하고, 수익난 사람은 거래세+양도세를 내야한다. 이는 이중과세 문제 및 손실 본 사람 기준에서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은 양도세를 신설하며 이것이 기존에 있던 거래세와 공존했던 기간이 있다. 위 그래프의 빨간 박스 부분이다. 두 세금이 공존했던 10년 동안 일본 시가총액 회전율 추이는 하락 횡보를 했고, 이는 증시에 활력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연두색 박스 부분은 거래세가 폐지된 이후 인데, 두 세금 공존 기간보다 증시에 활력이 불어넣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원칙을 따를 것이면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되 거래세는 전면 폐지를 하고,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두 세금이 공존하는 기간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래세 단계적 인하 대신 일괄 폐지 주장)

 

2. 장기 투자 공제 여부

기획재정부 자료에 '장기 투자 공제 여부'에 관한 내용은 없는 듯 하다. 양도소득세 신설과 함께 거래세를 낮추면 단기 투자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원래도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 분위기가 강한데 여기에 거래세까지 낮추면 충분히 더 그럴 수 있다. 심지어 부동산도 장기 보유하면 세금에 있어서 혜택을 주는데 이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결국 단기 트레이더, 단타 프로그램 매매 천국을 만들고 개인 투자자들은 돈을 더 벌기 힘든 구조로 되는 것 아닐까?

 

3. 환급제도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시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수익에 대해서는 월 단위로 세금을 내고, 그 해 전체 중 손실 본 부분이 있으면 환급 신청을 해라. 그 경우 다음 해 5월에 환급해준다.'이다.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데, 이 제도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금융 후진국인지 알 수 있다. 정치인이고 공무원이고 어느 누구하나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해 본 적 없고 그나마 하는 것이라곤 부동산 투자이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내용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1. 이번 달 3천만 원 수익 확정: 일정 부분 세금 먼저 떼감

2. 그 후 내내 수익 없다가 연말에 2천만 원 손실 처리: 손실이기에 세금 낼 것 없음

3. 그 해 총 1천만 원 수익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님: 양도소득 2천만 원까지 공제이기 때문

4. 이와 관련한 서류제출하면 다음 해 5월 환급


올해 3월 급락장을 생각해보자. 기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본인이 생각한 가치보다도 가격이 더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매수를 한다. 이럴 경우 추가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만약 2월에 확정지은 수익이 있었다고 해서 세금을 떼가면 매수할 돈이 부족해진다. 결국 위 예시처럼 그 해 전체를 보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는데, 세금을 냈다가 나중에 환급을 받으면 추가 매수를 해야할 시점에 매수도 못하고 그에 따라 그 해 수익률 및 투자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그 환급도 다음 달이 아닌 다음 해 5월이다. 대체 단기 트레이더들이나 차트 투자자들 말고 누가 월 단위로 결산을 하나? 3월 정도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런 하락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 역시 단기 투자자 및 차트 투자자를 양성하는 제도다. 위 개편안이 수정되지 않고 확정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비슷한 세율이면 당연히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있고 금융 선진국인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이미 이번 정부 들어서서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급증했다. 나머지는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중 규제 빈틈이 있는 곳에 투자하지 않을까? 동학개미들로 하여금 난이도 높은 국내 주식 시장에 머물지말고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 오히려 서울 및 수도권 무주택자들이 반발해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