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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비논리적인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안하기로 의결 |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안하기로 의결, 이영재기자, 사회뉴스 (송고시간 2020-06-29 17:29)

www.yna.co.kr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늘 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즉,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전 업종에 같은 금액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급등시키려고 온갖 궤변을 쏟아내더니, 그 후 여러 부작용들이 나오자 '업종별 차등 적용'이라는 말장난을 한다. 물론 이 마저도 반대가 더 많아 부결됐지만 말이다. 

 

혹시 오늘 이 안건이 가결됐다고 할지라도 나는 이 주장이 전혀 논리적이거나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업종별 노동의 수요 및 공급 탄력성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제가 실시되거나 그것이 실시되고 있는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 때 발생하는 실업자의 규모는 노동의 수요 탄력성과 공급 탄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노동의 수요 곡선이든 공급 곡선이든 탄력적이라면 완만, 비탄력적이라면 가파르게 변한다. 그리고 비탄력적인 경우보다 탄력적인 경우 실업자의 수는 더 증가한다. 문제는 업종별로 이것에 대한 자료가 있는지 여부이다. 그리고 그 다음 문제는 같은 업종에 속해 있다고 할지라도 기업 혹은 자영업자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같은 업종에 속해 있지만 시장 점유율 1위인 곳과 한참 뒤떨어지는 기업의 상황이 같다고 할 수 있는가? 결국 업종별 노동의 수요 및 공급 탄력성을 자세히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안다고 할지라도 개별 기업의 내부 상황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2. 업종 불문 기업별 상황

 

전 국민이 아는 기업인 SK텔레콤의 직원 급여 현황이다. '1인 평균 급여액'은 '연간급여 총액'에서 단순히 직원 수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왜곡이 있을 순 있지만 주장하려는 바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그냥 사용한다. SK텔레콤 직원의 급여는 최저임금과 상관이 없다.

 

 

위 역시 전 국민이 다 아는 네이버 직원의 급여 현황이다. 여기도 최저임금과는 상관이 없다.

 

위는 '다나와'라는 기업의 재무제표 및 직원 급여 현황이다. 이 기업은 SK텔레콤이나 네이버에 비해 유명하진 않지만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기업이고, 이 기업의 직원 급여 역시 최저임금과는 상관이 없다.

 

위는 '씨큐브'라는 기업의 재무제표 및 직원 급여 현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실적은 타격을 받겠지만 그 전까지 꾸준히 성장을 해온 강소기업이다. 역시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고 직원들의 급여 수준 역시 높다. 

 

SK텔레콤, 네이버, 다나와, 씨큐브 등 몇 가지 제시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속해 있는 업종은 모두 다 다르지만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 기업들이 속해있는 업종에는 기술력, 적은 자본금 등 여러 이유로 이들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업종 특성상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곳이 있긴하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SK하이닉스가 속해 있는 반도체 업종은 상황이 어떨까? 반도체 관련 기업 중에 낮은 한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중소기업들도 많다. 지금을 기준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지 않는 현재 급등한 최저임금이 SK하이닉스에 무슨 영향을 줬을까? SK하이닉스 직원 중에 본인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애초에 최저임금과 전혀 상관이 없다. 반면 같은 업종에 속해 있는 중소기업 직업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았을 수 있다. 그것은 이익이 적게 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낮은 이익이 나고 있었는데 여기에 최저임금을 급등시키면 무슨 일이 나겠는가?

 

여기에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보자. 당연히 반도체 업종은 급등한 최저임금 수준이 적용되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 최저임금이 이 수준이든 조금 더 높아지든 SK하이닉스 직원 급여랑은 여전히 상관없다. 반면 반도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타격을 받거나 추가 타격을 받는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업종 불문 높은 이익률의 기업 직원 급여는 애초에 최저임금과 상관이 없다. 반면 업종 불문 평균 혹은 그 이하의 기업들은 가뜩이나 낮은 이익률에 최저임금 타격까지 받았다. 왜 자꾸 업종 타령을 할까? 그럴싸해 보이는 말장난 이제 그만할 때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