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일신방직'이라는 기업이 부동산 매각 공시를 냈다. 양도금액은 약 3,200억 정도이고 이는 보유자산의 총액대비 30%이상의 금액이다. 양도목적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산운용 효율성 강화 및 경영환경 개선'이고,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처럼 계약금은 10%인 약 320억을 7월 23일에, 나머지 잔금은 사전협상 종료일에 지급받기로 했다.
특이사항은 부동산 매각 공시를 23일 장 마감 직후에 했다는 것이고, 24일 상한가로 시작해 쭉 빠지며 약 +2%로 종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일신방직의 시가총액은 약 1,740억이고, 이번 부동산 매각 대금이 약 3,200억인 것을 감안하면 이 기업은 전형적인 저PBR종목임을 알 수 있다.
기사에 소개되어 있는 일신방직의 소유 서울 부동산 현황이다. 오너 2세인 김영호 회장 개인을 제외하면 일신방직 소유 서울 부동산은 3곳이다. ('신동'은 일신방직의 종속기업으로 일신방직이 100%지분 보유)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남구 청담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에서도 핵심이라 불리는 곳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2018년 당시 예상시세가 약 2,700억 원 정도였다. 이번 정부 들어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세는 4,000억 원에 육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신방직'은 방직업계에서 태광산업, 전방과 함께 TOP3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토종장수기업이다. 솜 상태의 섬유에서 실을 뽑는 방적공업과 그 실을 가지고 직물을 짜는 직물공업을 합성한 것이 방직인데, 섬유산업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홈페이지에 제품 및 제조공정 관련 자료가 있다.
일신방직은 방직관련 사업 외, 화장품(더바디샵), 와인 수입 및 판매, 부동산 임대 및 관리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들의 실적 및 업황을 보면 올해 특출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현재 광주 공장부지 매각에 대해 잡음이 좀 있는 것 같다. 일신방직 공장과 그에 인접한 전방의 공장이 한 부동산 개발 업체에 매각이 되었는데, 이것이 광주시에게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두 업체는 공장부지 용도를 공업용지에서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로 변경해 호텔, 업무 시설, 쇼핑 시설, 주상 복합 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제안서를 2019년 광주시에 제출했었다. 광주시는 토지 용도 변경 시 땅값 상승이 뒤따를 수 있으니 상승액의 절반 정도는 공공 기여금으로 받는 방침을 세우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두 업체가 부동산 개발 업체에 공장 부지를 매각했다. 광주시는 소유권 이전 전까지 소유주는 일신방직과 전방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겠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냥 말 뿐이지 않나 생각한다. 소유권이야 아직 넘어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계약금을 받은 당사자가 계약 파기 시 받은 계약금의 2배를 줘야하는데 굳이 그럴 일이 없지 않을까? 광주시 입장에서는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 부동산 개발 업체와 협의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신방직의 광주 공장 부지 매각가는 시가총액 약 1,74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약 3,200억 원이다. 또한 일신방직이 서울에 보유하고 있는 3곳의 부동산 시세는 약 4,000억 원 가까이 될 것 같다. 영위하는 사업군이 매력적이진 않지만 5년 간 재무제표를 보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자본총계가 천천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라면 저PBR의 흑자기업이 이런 공시를 냈을 시 충분히 상한가를 갔을 것 같은데, 확실히 투자 방법이 바뀐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기업들이 언제 주목받을 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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