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을 반대하는 분들은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찬성하는 분들은 '임대 가구의 갭투자 비율이 높아서 그럴 일 없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전세를 주는 모든 가구가 월세로 돌릴 수 없다'라는 것과 '여유가 없으면 월세 전환이 불가능하지만 여유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것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기 위해서 현금 여유가 있음에도 대출을 받는 임대 가구가 있을 수 있고, 당장 현금은 부족하지만 다른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임대 가구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한국은행의 작년 보고서를 참고하면 전세 물량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인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먼저 상대적 선호 지역인 '송파구'의 예시를 찾아보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하면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의 8월 전월세 추이를 볼 수 있다.
비교를 위해 전용면적 기준 84m2(25평)만 따로 보면 8월 거래된 전월세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6~8억 원의 높은 보증금을 받고도 월세가 30만원, 15만원, 심지어 12만원까지 추가된 것이다. 연초에는 반전세여도 12~30만원의 실거래는 전혀 없으니, 의심이 간다면 직접 접속해서 확인해보면 된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들 모두 생각이 같거나 상황이 같지 않다. 위 전월세 실거래에서도 같은 평형 기준 누구는 100% 전세 (보증금 9억 원, 월세 0원), 누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월세 (보증금 1억, 월세 210만원), 누구는 적은 금액이라도 월세를 추가한 반전세 (월세 12~30만원 추가)를 선택했다. 그리고 수요가 존재해 실거래가 이루어졌다. 연초에는 없던 거래고, 아주 소액의 월세가 추가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임대차 3법이 가져온 변화라 볼 수 있다. 높은 월세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반전세를 택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기존 전세 형태보다는 임차인의 주거비용에 추가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라 거래가 가능하다.
다음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비선호되는 지역인 '도봉구'의 상황을 보자. 기사는 미래통합당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 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이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중개업소에서 개최한 간담회 내용이다. 이 간담회는 부동산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이 참가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창동에는 노후 주택이 많기 때문에 거주하는 동안 도배, 장판, 싱크대 등 수리할 것이 많다. 하지만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한다면, 수리 등을 요구했을 때 임대인이 거부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임차인은 악화된 환경에서 계속 지내든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임차인은 피해를 본다. 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임차인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수리 후 월세를 5%이상으로 높여서 새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임차인이 본인 돈으로 수리한 후 재계약을 요구한다면, 그 역시도 임차인 입장에서는 피해다. 물론 상대적 비선호 지역이라 수요층이 탄탄하지 않기에 이렇게 할 경우 충분히 공실이 생길 수 있다. 같은 임대인이어도 빈부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위 기사는 며칠 전 작성한 '미아 패로 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과거 미국에서의 '임대료 상한선 및 임차인 퇴거불가능'의 규제는 결국 도심 황폐화를 불러왔고, 상대적인 비선호 지역은 할렘가로, 선호 지역은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로 변하였다. 파크리오의 8월 전월세 실거래가 변화의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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