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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등대는 정말 공공재일까?

우리는 경제학의 교양 수업이나 경제학 관련 자격증 객관식 문제에서 '등대'는 공공재라고 배워왔다. 항해하는 선박들이 위험한 지역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위치를 확인해 주는 시설물인 '등대'는 정말 공공재일까?

 

공공재의 특성부터 간단히 알아보자. 먼저 '비경합성'. 어떤 특정 공공재를 현재 쓰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 역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일반재(Private goods)에는 한 사람이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은 그 재화를 소비할 수 없지만 공공재는 이를 다른 사람들이 소비하여도 자기의 소비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 등대에 적용시켜보면 등대의 빛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다고해서 내가 그것을 사용 못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 다음은 '비배제성'.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자라 할지라도 사용을 못하게 막을 수 없는 성질을 말한다. 내가 등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누군가 사용하면 나는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비분할성'은 제외하고) 이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 공공재를 말할 때 기본적으로 나오는 2가지 특성이다.

 

 

실제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등대를 공공재라고 생각해왔다. 선박 소유주들이 등대를 통해 얻는 혜택은 배제성도 없고 경합성도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 유인을 갖는다. 이 무임승차 문제 때문에 선박 소유주들이 원하는 등대서비스가 시장에서 공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등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등대는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등대는 공공재가 아닌 사적 재화가 될 수도 있다. 실제 19세기 영국 해안에는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등대들이 있었다. 등대 주인들은 선박의 소유주들에게 등대 사용료를 징수하는 대신 근처 항구 소유주에게 사용료를 징수했다. 만약 항구 소유주가 등대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등대 주인은 등대 불을 껐고, 배들은 항구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들이 항구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항구 소유주들은 등대 주인에게 사용료를 낼 수 밖에 없었고 등대의 혜택이 항구 소유주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던 이 때는 등대가 사적 재화에 더 가까웠다. 

 

최근에는 '빛'을 사용하는 등대보다 '전파'를 사용하는 등대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일정 주파수를 암호화하여 선박들을 등대 서비스로부터 배제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럴 경우 역시 등대는 사적 재화에 더 가깝다. 어떤 재화가 공공재인지를 판별하려면 이 재화를 통해 혜택 받는 사람의 숫자와 배제 여부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등대'가 단순히 공공재라고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