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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의대 정원 확대와 '경제적 지대'

요즘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지대'라는 개념을 의사 면허와 연관지어 작성하려고 한다. 먼저 '경제적 지대'와 '전용수입'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생산요소가 현재 고용되고 있는 곳에서 일정한 금액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하자. (균형점 E를 기준으로 L*, W*) 하지만 이 생산요소를 현재의 고용상태에 두기 위해 최소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이보다 적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W*의 임금 수준에서 L*만큼의 노동이 고용되어 있는 위 그래프를 기준으로 보면, W*는 현재 고용되어 있는 제일 마지막 단위의 노동을 고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의 비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단위를 제외한 나머지 분량의 노동에 대해서도 모두 이 임금으로 보수를 지급할 필요는 없다. 쉽게 말하면, 우상향하는 공급곡선(S)를 기준으로 균형점인 E보다 아래에 있는 부분은 거기에 상응하는 임금(W*보다 아래)을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 노동고용 수준에서의 공급곡선(S)의 높이는 그 단위의 노동이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첫 단위의 노동이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는 선분 OA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면 되고 이를 L*까지 늘려가면 된다. 따라서 현재 고용되어 있는 L*만큼의 노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은 원점~L*에 이르는 공급곡선(S) 아래의 면적(하늘색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전용 수입(transfer earnings)'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생산요소를 현재의 고용상태로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기회비용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노동은 모두 똑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첫 단위의 노동에 대한 금액은 선분 OA이지만 사실 고용만 되면 균형점에 해당하는 W*의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고용량인 L*과 임금인 W*에 대해 지불되고 있는 금액은 면적 OW*EL*이고 이는 전용 수입을 초과한다. 이 초과분을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고 부른다.

 

그래프를 기준으로 공급곡선(S)를 수평으로 서서히 가상 이동해보자. 경제적 지대가 줄어들고 전용수입이 늘어난다. 탄력성이 무한대인 수평이 된다면, 생산요소에 대해 지급되는 보수 전체가 현재의 고용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금액이 된다. 여기에서 경제적 지대는 사라진다. 반대로 공급곡선(S)의 탄력성을 0이라 가정해 수직으로 서서히 가상 이동해보자. 이때는 전용 수입이 사라지고 지급되고 있는 보수 전체가 경제적 지대로 변한다. 

 

경제적 지대란 생산요소의 공급이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소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프의 가상 이동으로 알아본 것처럼, 공급곡선(S)이 수직일 때(공급이 비탄력적일 때) 그 생산요소가 벌어들이는 수입 중에서 경제적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다. 이들은 아무나 쉽게 거칠 수 없는 교육과정과 면허로 인해 높은 경제적 지대를 얻고 있다. 정부가 공급을 상대적으로 더 탄력적으로 만들려고 하면(의대 정원 증가)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물론 이들이 오직 높은 경제적 지대만을 위해서 시위를 한다고 생각하면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 있으니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