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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미국과 북한은 핵전쟁을 할까?

 

북한과 미국을 보기에 앞서 먼저 미국소련핵무기 경쟁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셸링은 1960년 자신이 쓴 '갈등의 전략'에서 이 부분을 예로 들며 설명을 하였다. 두 나라가 핵무기 사용 시 서로 보복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전쟁을 피하게 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먼저 공격할지라도 반드시 보복당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이 군비 경쟁을 하면서도 전쟁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핵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하다.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군사력은 비교할 필요가 없는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것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이유이다. 일반 군사력으로 붙는다면 미국이 북한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질 정도의 공격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북한의 최후 행동은 무엇일까? 괌이든 가까운 미국 본토든 핵무기를 한 발이라도 떨어뜨리는 것이다. 혹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나 최우방국인 남한을 공격하는 것이다. 비록 미국 본토는 아니더라도 일본과 남한이 공격을 당하면 미국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은 내용이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핵무기에 올인하는 이유와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이유이다.

그 벼랑 끝 전술과 팽팽한 긴장감이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전쟁을 억제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추가로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만약 전투가 단 한번만 일어난다면 먼저 치는 쪽이 무조건 이익이라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그 다음엔 내가 공격을 당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오먼은 '무한히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자들이 협력적 관계로 바뀐다고 하였다. 그리고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이것을 높게 평가하였다.

 

경쟁자들이 협력적 관계로 바뀌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반복의 횟수가 유한하다면 무조건 비협조적인 전략을 취한다.  n번 진행되는 유한게임일 경우, 마지막 n번째 게임에서 양 쪽 모두 비협조를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게임이 3번 진행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2번까지는 서로 협조하는 듯 하다가 3번째에는 모두 배신을 한다는 것이다. (비협조) 더 이상 게임이 없기 때문에 비협조전략을 취해도 보복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이것을 예상하고 (n-1)번째 게임에서도 비협조 전략을 취한다. 2번째 게임에서 선수치는 것이다. 이것을 역진귀납(backward induction)으로 적용해나가면 결국 첫 번째 게임에서도 서로 비협조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유한게임'일 경우 처음부터 비협조적이지만 '무한게임'일 경우 협조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경우 게임이론 및 반복게임을 통해 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벼랑 끝 전술을 쓰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행동은 말과 다르게 협조적인지를 알 수 있다.

 

작성하면서 생각해보니 북한이 과거 미국과의 약속들을 지키지 않은 적이 있지 않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 존재하는한 게임은 반복될텐데 왜 협조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나라의 존재(북한은 나라가 아니지만)는 '무한'이지만 정권의 존재는 '유한'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가 될까? 솔직히 알 수 없다. 북한의(미국도 전략적으로는 그러겠지만) 공갈 및 거짓말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여러 이유를 대며 경제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국 역시 자신들이 경제지원을 하면 북한이 지원만 받고 뒤에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서로 눈치싸움을 하고 주변국인 남한과 중국 등을 이용하며 여러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하여 우리가 평소에 예상하던 것들이 게임이론으로 해석되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은 확률 높은 이론일 뿐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 상황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김정은이 지금의 부와 명예(?)를 누리기 위해선 말은 거칠게 하면서도 협조적인 행동을 취하겠지만 자신의 목숨 혹은 북한이라는 곳이 정말 지도에서 사라진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 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미국이 계속 협상을 시도하면서도 어떻게든 북한의 핵이 본토에 닿을 수 없게 하는 이유는 이를 가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