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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뱅크런의 원인과 특징, 그리고 사례

지난 시간에는 은행제도의 기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과거 금 세공업자들은 고객들이 맡긴 금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었으므로, 금고에는 고객들이 맡긴 정도와 동일한 양의 금이 없었다. 현대 은행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이 예금을 하면 일정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예금을 한 모든 고객이 동시에 인출을 원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보통은 이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를 뱅크런(Bank Run)이라고 부른다. 경제가 악화되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가 될 것을 우려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경우가 그렇다. 

 

 

1. 뱅크런의 특징

이런 뱅크런의 특징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만약 경제위기가 온다고 가정하면 국민은행만 타격을 받고 하나은행은 멀쩡할까?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경제위기가 온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예시로 든 국민은행이 금융 시장 충격으로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소문이 돌면 국민은행 예금자 뿐 아니라 하나은행의 예금자들도 불안감을 느껴 본인들의 예금을 인출하려고 할 것이다. 주식 시장의 패닉셀과 비슷하게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불안해지면 이와 같이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며, 심지어 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까지 전염된다. 그리고 경제는 공황에 빠지게 된다.

 

2. 뱅크런의 발생 원인 

뱅크런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금 세공업자 관련 지난 포스팅이나 바로 위에서 설명하였다. 간단하게 더 설명을 하자면, 은행 제도와 경제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 이 3가지가 최악으로 결합될 때 뱅크런이 발생한다. (물론 한 가지의 경우로도 발생 가능) 은행 제도는 은행의 자금 운용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받은 예금으로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주며, 유가증권에도 투자를 하고, 일부는 예금 인출을 대비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를 하고 있다. 대출과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는 예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장기적이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한다. 때문에 예금을 한 고객들이 동시에 몰려와 인출을 원할 경우 은행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시차가 존재하는 은행의 자금 운용 방식에 경제위기 등의 경제 상황, 그리고 불안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가 결합되면 현실에서의 뱅크런이 발생한다. 

 

3. 뱅크런을 막기 위한 장치

뱅크런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 장치로는 중앙은행예금보험공사의 보험제도가 있다. 우선 중앙은행은 긴급 시 예금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은행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은행, 보험회사, 금융투자회사, 상호저축은행, 종합금융회사)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해주는 보험제도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가끔씩 주변에서 통장을 수 개씩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예금자 보호를 받기 위해 5,000만원씩(이자를 생각하면 4,000만원대로) 분산을 한 경우일 것이다. 

 

4. 뱅크런의 실제 사례

먼저 우리나라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종합금융회사의 연쇄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인해 뱅크런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뱅크런 사례는 1907년 니커보커 신탁회사(Knickerbocker Trust)이다. 니커보커 신탁회사의 소유주가 구리 투자에 실패하면서 경영이 악화되자 불안함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동시에 몰려들면서 뱅크런이 발생하였다. 

 

뱅크런은 예금보험제도와 최종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이 있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주시한다. 실물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든 금융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든 그 끝에는 은행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