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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중앙은행의 기원은?

선진국에서 중앙은행제도가 발전해 온 과정은 1694년 설립된 잉글랜드 은행(Bank of England)으로부터 잘 알 수 있다. (과거 잉글랜드 은행의 사진은 검색을 통해 확인 가능) 잉글랜드 은행이 설립 당시부터 중앙은행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 민간은행이었던 이 은행은 재정적 위기에 처한 윌리엄 3세 정부에 자금을 대준 대가로 정부가 지불을 보장하는 은행권(bank note)을 발행할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되었다. 잉글랜드 은행은 그 후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계좌를 관리하고 특정지역에서 화폐를 독점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허가받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가지고 있던 은행권이 민간에 광범위하게 유통되기 시작하자, 이 은행과 더 이상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소규모 은행들은 발권업을 포기하고 잉글랜드 은행권을 지급준비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은행은 독점적인 발권자의 역할 뿐 아니라 지급준비금의 집중적인 보유자의 역할도 수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잉글랜드 은행이 '정부의 은행'이라는 것과 더불어 자연스레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특히 부분준비제도의 채택과 더불어 지급준비금 부족으로 파산하는 은행이 많아지자, 잉글랜드 은행은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게 특별대부를 해줌으로써 뱅크런을(지난 포스팅 참고)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잦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잉글랜드 은행은 은행제도 전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 최종대부자의 기능이란 위기에 처한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줌으로써금융위기의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을 말한다.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맡게 된 잉글랜드 은행은 은행제도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일반은행의 자산운영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일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개별 금융기관을 규제, 감독하는 동시에 파산 위기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중앙은행의 미시경제적 기능이라고 한다. 이 미시경제적 기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잉글랜드 은행을 공적(Public)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비영리기관이 중앙은행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고, 1946년 잉글랜드 은행의 국유화가 진행되었고 동시에 국가기관으로서의 중앙은행이 탄생하게 되었다. (참고로 중앙은행의 거시경제적 기능은 화폐 가치의 안정을 의미하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중앙은행들에 의해 수행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