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제학자들과 다른 사회과학자들은 인구성장이 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우리가 바로 생각할 수 있는 인구성장의 효과는 노동인구의 증가다. 즉,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노동자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또한 동시에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뿐 아니라, 소비할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인구성장이 다른 생산요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1. 자연자원 제약의 심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맬서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국의 목사이자 초기 경제사상가인 토마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as It Affects the Future Improvement of Society)'이라는 책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맬서스는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사회의 부양능력은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며, 이에 따라 인류는 빈곤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을 하였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식량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남녀간의 애정 역시 필연적이고 현재 상태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 전제하에서 인구의 힘은 영구적으로 식량 생산능력을 초과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맬서스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라는 주장이다. 맬서스에 따르면 인구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궁핍과 악행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비인류적인 수준까지 나아가, 빈곤을 줄이려는 자선단체나 정부의 시도는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녀를 더 많이 낳게 만들어 사회의 생산능력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에 비생산적이라고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지난 2세기동안 세계인구는 약 6배로 늘어났지만 세계의 평균 생활수준은 훨씬 높아졌다. (록펠러 관련 포스팅 참고) 경제성장의 결과로 멜서스가 살던 시대보다 오늘날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때로 기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식량생산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불균등한 소득분배나 정치적 불안정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맬서스의 생각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바로 '인류의 창의력' 즉, '기술진보'를 무시한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인구성장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해왔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그의 주장과는 다르게, 기술진보로 인해 비료, 농기계, 살충제 등이 생산성을 높여 늘어난 인구를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1인당 자본스톡의 감소
일부 경제성장론자들은 인구성장이 자본축적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인구성장률이 높아질 경우 자본스톡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나누어 써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 1인당 GDP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급속히 성장하면 각 근로자들의 자본장비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인적자본에 대입해보면 명백해 보인다. 인구성장률이 높은 나라에는 취학연령 아동들의 수가 많으며, 이는 교육시스템에 부담을 준다. 따라서 인구성장률이 높은 나라에서 교육성취도가 낮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인구성장률에는 차이가 있다. 지난 몇십년 동안 미국이나 서유럽 등 선진국의 인구성장률은 1%정도였던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 약 3%에 달했다. 연평균 인구성장률이 3%인 경우 23년마다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면 근로자들이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도구와 기술을 제공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급속한 인구증가가 저개발 국가가 가난한 핵심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구 성장률을 낮추면 이들 국가의 생활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각 가정에서 가질 수 있는 아이의 수를 규제하는 법률을 통해 인구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중국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중국은 가구당 1명의 자녀만을 갖도록 허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들에서는 산아제한 방법에 관한 인식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인구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3. 기술진보
급속한 인구증가는 노동자 1인당 자본의 양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득을 가져오기도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세계의 인구성장이 기술진보와 경제적 번영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인구가 많으면 기술진보에 공헌할 과학자, 엔지니어 등도 많아져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크레머(Michael Kremer)라는 경제학자는 1993년 Quartely Jornal of Economics에 실린 'Population Growth and Technological Change: One Million B.C. to 1990'라는 논문에서 이 가설을 입증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크레머는 먼저 오랜 인류 역사를 통해 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도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세계 인구가 1억명이었던 B.C. 500년경보다 인구가 10억명이던 1800년경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인구가 많을수록 기술진보가 더 활발히 일어난다는 가설에 부합한다.
크레머가 제시한 또 다른 증거는 세계 여러 지역들 간의 비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C. 10,000년경에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로 인해 세계가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진 뒤 이 지역들은 수천 년 동안 서로 교류를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때 급속한 기술진보가 일어난다면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크레머는 이 가설이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주장하였다. 콜럼버스가 지역간 기술적 접촉을 재개한 시점인 1,500년경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은 오래된 세계문명의 발상지인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이었다. 그 다음으로 기술진보가 활발했던 지역은 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과 마야 문명이었으며, 그 뒤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렵인들, 불도 피울 줄 모르던 테즈매니아 원주민들 순이었다.
가장 고립된 작은 지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테즈매니아 사이에 위치한 프린더스 섬(Flinders Island)이었다. 인구가 가장 적었던 이 섬은 기술진보의 기회도 가장 적었고, 오히려 퇴보했다. B.C. 3,000년경에 플린더스 섬에서 인간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크레머는 많은 인구가 기술진보의 전제조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인구성장과 경제성장 사이의 명백한 사실 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논쟁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적절한 수준의 인구라는 기준도 없고 각 나라별 지리학적 위치나 산업 구조, 국민들의 수준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여러 자료들을 읽어보고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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