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어제(4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승인을 하였다. ('공정위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검색)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 왜 공정위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였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어떤 기업이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거래행위를 할 때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말한다. 허위과장 광고부터해서 하도급업체로의 비용 전가 등 수많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기업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때 사회후생이 극대화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 정부들처럼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해왔는데, 이 공정거래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이 공정위다. 

 

공정위가 수행하는 역할을 4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경쟁촉진

공정거래법에서는 독과점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부른다. 선정기준은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이 75% 이상인 업체로 규정되어 있다. 일단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가격 및 물량 조절, 타 사업자 영업 방해, 신규참여 방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 등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받게 된다.

 

2. 소비자 주권 확립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진 약관조항을 시정하고, 표준 약관을 보급함으로써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또한 허위과장 광고를 시정하고 소비자 선택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중소 하도급 업체의 경쟁기반 확보

'하도급'이란 경제적 또는 기술적으로 하위에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 하도급 체제하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결제대금을 주지 않거나, 물건을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중소기업이 이에 대항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공정거래법에서는 하도급 거래에 있어 불공정거래행위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4. 경제력 집중 억제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들이 여러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결코 작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시장이 독과점화 되어 국가경제가 소수의 기업에 좌우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부당내부거래 억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통해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규제 및 감시하고 있다.  

 

다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승인 내용으로 가보자. 공정위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기업결합의 핵심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토목건축공사업'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송업'에 대한 M&A다. 각 사업 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사간의 결합을 통해 토목건축공사업이나 항공운송업에 대한 시장 점유율이 변하는 것은 없다. 다만 우려가 제기되었던 것은 양사가 모두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양사 면세점의 세부분야가 다르고 모두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면세점 사업에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상으로 공정위의 역할과 그에 따른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승인 배경을 알아보았다.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은 효율적인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물론 과도한 개입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