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 이야기

[아시아나항공] 승자의 저주 아니거든?

지난 포스팅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작성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당시 대부분의 의견이 그랬다. 많은 증권사들에서도 우려 섞인 리포트들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증권사에서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3가지 이유'라는 리포트를 작성하였다. 굉장히 장밋빛으로 리포트가 작성되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따라서 제목을 그 증권사가 주장하는 바처럼 적어보았다. 물론 동의는 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한 증권사가 주장한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3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1. 재무구조 개선이 가져올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계약 체결 시 2.2조원이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으로 유입이 된다. 이 때의 부채비율은 약 256%로 하락해 증자 전 약 746%대비 1/3 수준이 된다. 향후 8,000억원을 산업은행에 상환한 뒤, 1.4조원을 현금으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보유현금도 증가하게 된다. 부채비율의 하락 등 재무의 개선 효과와 최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양호한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역시 개선되고, 조달금리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로 지적되는 항공기 관련 리스부채도 만기가 도래하는 운용리스부터 계약 해지 및 조건 변경 등을 통해 리스료 역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2. 범현대가와 항공업의 시너지 효과

이 리포트에서는 범현대가가 육(현대차),해(현대중공업),공(아시아나항공)을 모두 품었다고 표현하였다. 시너지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현대오일뱅크와의 항공유 사업

-현대백화점그룹과의 면세점 및 기내식 사업

-현대해상과의 항공기 및 여행자 보험 사업

-현대종합상사와의 물류사업

-현대카드와의 마일리지 연계 카드 사업

-현대아산과의 대북사업

 

3. 본업에서의 문제 없는 현금흐름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부터 시작될 개발사업에는 약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리포트에서는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범현대가의 지분투자 가능성

-지주사인 HDC를 비롯한 계열사 지원

-외부자금 조달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매각한다면 투자자금 일부 회수 가능

 

여기까지가 한 증권사에서 주장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3가지 이유'이다. 저 주장들을 다 읽고 나니 승자의 저주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더 강하게 확신이 들었다. 결국 이 인수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쟁자 및 시장의 평가보다도 아시아나항공을 약 1조원 더 비싸게 인수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1조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 것이고 위 열거한 주장들 역시 다 장밋빛으로만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번 내용부터 보면 유상증자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가 좋아진다는 것인데, 연결로 계산될 꼬리인 아시아나항공이 좋아질 내용보다 몸통이 더 크게 피해를 보았는데 이걸 좋게 해석해야 할까?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은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인수를 하지 말라는 입장이고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빨리 어디에라도 인수되길 희망하는 입장이다. 이것만 봐도 사실 답이 나온 것 아닐까? 제목에도 HDC현대산업개발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넣은 이유는 지극히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피인수기업 입장에서) 승자의 저주가 아님을 어필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돈을 잘 벌어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하면 되지 않냐라고 하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항공업 피해를 제외하더라도 물음표가 생기는 질문이다. 2번 역시 사업의 가능성이 있을 뿐이고 설령 모든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저기에서 항공유 사업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사업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3번은 왜 작성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시장 평가(적정 수준)보다 훨씬 더 비싸게 주고 인수한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현금흐름은 걱정이 없다는 주장이다. 경쟁자는 10억 부른 부동산을 70%정도 더 비싼 17억을 주고 샀는데 나 그 정도 돈 낼 수 있으니까 걱정없다, 혹시 문제가 되면 가족들이 빌려줄 것이다 이런 주장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도 이런 우려들이 있었는데 지금 항공업계 상황을 보면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나아보일만큼 더 암울해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에 걸린 예시로 나중에 언급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