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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불황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방법들

오늘 중국이 -6.8%의 1분기 GDP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76년 '문화혁명' 때 -1.6%의 GDP성장률을 기록한 이래로 처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1990년 '천안문 사태' 때도 +3.8%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978년 문호를 개방한 이래 역성장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발표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경제가 불황인지 호황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데, 공식적으로는 2개 분기에 걸쳐 연속적으로 GDP가 감소할 시 경제가 불황인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꼭 이것이 불황의 판정기준은 될 수 없다고 하는 주장들이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불황 여부를 판단할 때 GDP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GDP에 대한 통계는 1년에 4번만 발표되며 후에 큰 폭으로 수정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보조지표들과 함께 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NBER은 전 경제에 걸쳐 몇 달 동안 생산활동이 크게 감소된 것을 발견했을 때 불황이라고 판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와 함께 산업생산, 실질소득, 고용, 소매업 등에서 명백한 경기 침체 징후가 보이는지 역시 참고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고성장을 하던 시절에 비해서는 현재 저성장 국면에 들어와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높은데 이런 나라들의 경우 공식적인 불황의 정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위에 언급했듯, 공식적으로는 2개 분기에 걸쳐 연속으로 GDP가 감소할 시 불황으로 판정하는데 기저효과로 인해 절대 수치는 여전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불황이 온 것처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GDP가 줄어들어야 불황이 왔다고 판정하는 것은 고성장 저개발국가들에 적절하지 않은 기준일 것이다.

 

오히려 고성장 저개발국가들의 경우면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로 불황 여부를 판단하는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활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이다. 즉, 완전고용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성장률을 말한다. 현실의 성장률이 이 잠재성장률보다 현저히 낮을 경우 불황으로 판정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불황의 기준보다는 이런 국가들에게는 더욱 합리적이다. 역시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Economist지가 불황 여부를 판정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불황'이라는 말을 많이 쓰면 정말 불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신문에 'Recession'이라는 단어의 쓰임 횟수에 따라 'R-word Index'를 만들어 이 값이 클수록 불황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불황'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90년 발생한 각국의 불황 사례 60건을 대상으로 각국 정부가 그것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했었는데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2/3나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황을 정의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어떤 특정한 수치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수준과도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 현재는 불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