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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0%대 금리가 바꾼 환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하면서 우리나라도 0%대 금리에 들어섰다. 기준금리가 낮아 0%대의 진입이 쉽지 않았지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고 신용경색 우려도 커졌다. 예측할 수 없는 실물경기 타격과 그것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로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현금 보유에 대한 심리가 극에 달했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고 양적완화를 재개했다. 한국은행도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며 0%대 금리 대열에 들어섰다. 또한 지금까지는 없었던 한국판 양적완화도 발표하였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기관의 수요가 있다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하였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국고채 1년 이하 금리는 이미 0%대 진입하였다. 

 

경제나 금융, 투자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게 노력한다고만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대다수의 국민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0%대의 금리는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금융권의 예금이자 및 대출금리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낮아졌다는 뉴스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가계의 경우 이자성 금융부채보다 이자성 금융자산이 1.7배나 더 많다는 것이다. 즉, 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자비용의 감소보다 이자소득의 감소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가계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고령 인구 비중은 약45년 뒤인 2065년에 경제활동인구보다 높아진다고 한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또한 가계 금융자산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5%다. 즉, 경제활동이 중단될 경우 가계의 소득은 급격히 감소하며, 이 경우 저축으로 인한 이자소득으로 버텨야 하는데 이 역시 0%대의 금리로 인해 과거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될 때쯤 금리를 올리면 간단하네?" 라고 말할지 모른다. 주요국 금리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영향이 크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국내 상황만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급등시켰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전혀 쉽지 않다. 둘 다 큰 폭으로 올리면 영세 자영업자들 및 중소기업들은 줄도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최저임금 급등은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 되었고, 그 부작용은 정책을 펼친 직후에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꽤 흐른 후, 코로나 사태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저성장 국면과 전 세계 저금리 기조가 아니더라도 현재 만족할만한 이자소득이 나오게끔 금리를 쉽게 올리는 못하는 이유다. 

 

최저임금 관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0%대의 금리 수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은퇴 후 우리가 한 예금으로 만족할만한 이자소득이 나오려면 수십억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럴 돈이 없다면 당연히 투자를 해야한다. 결국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만이 낮아진 이자소득을 대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민의 은퇴 후 노후를 위해 이를 장려하고 제도적으로 보호해주는 금융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너무나 다르다. 결국 각자 도생이고 판단 역시 각자의 몫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물가상승률이 예금 금리보다 높은 한 예금만 하는 행위는 돈을 지키는 것 같지만 사실 돈을 잃고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