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은 면류, 스낵류, 유제품, 조미소재류 등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이 있다. 삼양식품은 다른 음식료 업체들처럼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시장의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의 미래 실적보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결과에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먼저 삼양식품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삼양식품의 매출 비중을 보면 스낵, 소스, 유제품 등의 비중은 굉장히 낮고, 대부분의 매출은 면류(90%이상)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분기 매출액이 소폭 늘었지만, 해외에서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를 해 삼양식품 2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1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주요 음식료 업체들 중 해외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내수 위주로는 매출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매출 증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과거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먹어보진 않았지만 외국에서의 불닭볶음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튜브에서 'Fire Noodle Challenge'라고 검색하면 조회수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몇 명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맛을 떠나 불닭볶음면 자체에 관심이 매우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튜버들이 스스로 관심을 끌기 위해 혹은 그것을 먹은 주위 사람들 반응을 보기 위해 불닭볶음면 먹방 영상을 많이 찍는데, 이유야 어떻든 관심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는 주주들에게 좋은 것이다. 매출 비중은 아직 작지만 요즘은 불닭볶음면 소스까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2분기에도 YoY 대비 실적이 크게 증가한 삼양기업의 주가는 고점 대비 20%이상 하락한 상태다. 현재 주주들은 HDC현산의 반응만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물론 형식상 절차를 밟고는 있지만 HDC현산 주주들은 계약금 2,500억 원을 버리더라도 계약이 파기되는 것을 원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및 그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어떻게든 인수가 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도 계약금은 인수를 하든 말든 이미 매몰비용이 되었기 때문에 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인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현재 삼양식품의 2대 주주는 '엠디유니콘제1차 외 1인'이며 이들은 주가가 고점이었던 6월 18일 지분 매각 공시를 냈다.
삼양식품의 2019년 9월 공시를 보면 '엠디유니콘제1차 주식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것을 알 수 있고, 이들의 삼양식품 취득단가는 74,000원이다. 이 공시는 모기업인 HDC가 15년간 보유하고 있던 삼양식품의 주식 전량을 이들에게 맡기는 주가수익스와프(PRS, Price Return Swap) 계약에 대한 내용이다. SPC는 처음 17%로 시작해 올 5월 13.01%로, 그리고 이어서 6월에는 8.77%로 그 지분을 줄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들의 남은 8.77% 지분을 잠재적 매도 물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주가수익스와프(PRS)는 정산 시기에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74,000원)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자금 조달기업(HDC)이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엔 자금 조달 기업이 투자자(SPC)에게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보유 주식을 팔기는 아쉬울 때 활용되는 계약이다. HDC는 계약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또한 조기상환 조건도 몇 가지 있는데 HDC 부도 사유 발생,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신용등급 BBB+이하 하락 등이다. 당연히 HDC의 부도 등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주목할만한 것이 신용등급의 하락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1월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HDC 및 HDC현산의 장단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나섰다. 실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면 이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SPC의 보유 주식이 즉시 매각될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된다. 현재 주가 상태는 HDC에게 유리한 포지션인데,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삼양식품의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840억 원이고 현재 시가총액은 약 8,300억 원이다. (주가 110,500원 기준) 현재 기준 올해 예상 PER는 10배 미만이며, 올해 예상 EPS성장률은 약 38%다. (작년 71%) 현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일시적 이벤트로 인해 SPC의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HDC현산 주주들 뿐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삼양식품 주주들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참 황당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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